
며칠전 필자가 일하는 울산병원이 지역책임의료기관으로 지정된 걸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현판식이 있었다. 울산의료에 의미있는 일임을 나타내듯 여러 인사분들이 찾아주셨다. 지역 책임의료기관은 사실 울산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지정된 것으로, 지금까지는 울산에 그런 기관이 없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정확히 이게 무엇일까?
책임의료기관은 정부가 필수 의료분야 발전, 의료기관과 지역사회 연계 및 의료공공성을 높이기 위해 제시한 정책이다. 작게는 지역 보건소부터 크게는 중심이 되는 서울 국립중앙의료원과도 협력해 우리나라의 공공보건의료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게 그 목표다. 즉 공공의료와 연관있는 역할을 하는 것이고 실제로 각 지역의 의료원 및 공공병원들이 대부분 그 역할을 하고 있으며, 울산처럼 공공병원이 없는 곳은 지역의 규모있는 병원들이 나누어서 역할을 맡고 있다. 권역과 지역으로 나뉘는데 울산은 권역으로 울산대학교 병원, 동북지역책임으로 울산병원, 서남지역책임으로 동강병원이 선정되었다. 이 세 병원은 다 사립병원들이다. 생각해보면 지역에서 해당역할을 할 공공병원이 아직 없다는 아쉬운 부분이 나타난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런 상황에서도 울산지역이 해법을 찾아나선 결과물이기도 하다.
필수 의료분야, 지역서비스 연계 등은 책임의료기관으로 지정되기 전에도 병원들이 해오던 역할이긴 하다. 그렇지만 이 기관들이 앞으로 좀더 역할을 발휘할 상황들이 몇가지가 있다. 일단 현재 코로나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감염병 등급이 떨어졌다고는 하나 노인 등 취약계층에게는 여전히 무서운 질병이며 실제로 지인 중 한분이 최근 코로나로 돌아가시기도 했다. 현재 판데믹 상황이 아니긴 하지만, 지난 3년간의 판데믹 상황에서 거점병원은 물론이고 공공병원들이 구심점으로 활약하던 부분들이 있었다. 앞으로 상황이 더 심해지면 이런 역할들을 책임의료기관들이 맡을 가능성도 있다.
지역과의 연계는 사실 필자가 많이 생각해왔던 부분이기도 하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 전개가 될지 확실치는 않지만, 단순하게는 진료비가 없는 취약계층을 사회기관과 연계시키는 일부터 크게는 집에서 지내시는 환자분들의 건강케어까지도 확대될 수 있다. 이전 칼럼에서도 다룬바 있는데, 정말 중한 환자이지만 병원이 아닌 집에서 지내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있다. 그분들의 자유는 존중되어야 하지만 몸이 불편하신 분들을 그대로 방치하듯 둘 수가 없기에 지역사회의 기관 및 병원들이 자주 보살펴야 한다. 책임의료기관들이 지역사회 각종 기관과 연계하여 그런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정확히 같은 역할을 할지는 모르지만 서울대학교병원(서울 권역책임의료기관)에서 비슷한 시범사업 모델을 선보였고, 최근에는 전라도 지역의 한 의료원(지역책임의료기관)이 관련 사업 사례 발표를 하는 걸 어느 강연장에서 들은 적이 있다.
모두가 힘든 시기다. 일개 병원 운영자가 의정갈등과 관련된 내용을 말하는게 여전히 적절치 않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나라의 의료가 현재 위기상황이라는건 누구나 알고 있다. 바라는 게 하나 있다면, 이 글을 보시는 분들께서 과부하로 힘들어하고 있는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들에게 조금만 따뜻한 시선을 보내주셨으면 한다는 것이다. 병원업을 수년간 해오면서 느낀 점이 있는데, 울산은 지역에서 모자란 부분들을 그 상황에 맞게 조금씩 어떻게든 해법을 찾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속도에 이견이 있을 지 몰라도 방향은 맞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정말 중요한 사람들은 다른 누구도 아니고 현재, 혹은 앞으로 의료현장에 종사하게 될 사람들이다.
임성현 울산병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