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가로 대표되는 수익형 부동산은 은퇴 후 안정적인 미래를 위한 최고의 재테크 수단이었다. 안정적인 임대소득이 보장되었고, 부동산 가격은 꾸준히 상승했다. 하지만, 최근 미디어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수익형부동산 관련 뉴스들은 은퇴를 앞둔 이들이 투자를 망설이게 한다. MZ세대 젊은 직장인들은 가상화폐, 해외주식 등 다양한 금융투자로 재테크를 한다고 하지만 당장 은퇴준비를 해야 하는 50·60대는 관련 지식도 부족하고 위험도 너무 크기에 시도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금융투자와 같이 부동산 역시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방식으로 투자해야 한다. 최근 몇 년 동안 코로나 팬데믹, SNS와 오프라인 매장의 연결, 초저금리 시대의 종식 등 거시환경은 완전히 변화했다. 부동산 투자 역시 이에 맞게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투자자는 수익형 부동산 투자 시 임대면적을 최대화해, 임대소득을 높이는 방향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고금리, 고물가 시대에는 임대인의 입장에서 임차인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임차인 옆에 서서 ‘운영’ 관점에서 임차인과 한 곳을 바라보아야 한다.
음식점에 대한 임차수요가 많은 지역이라면, 음식점을 운영하는 점주의 관점에서 건물을 지어야 한다. 2층, 3층을 짓는 대신 층고를 높이고, 주차장을 확보하고, 화장실을 분리하는 것이 현명하다. 학원이 필요한 지역이라면 학원 버스에서 학생들이 승하차를 편하게 할 수 있는 입구 공간, 엘리베이터의 크기, 계단의 안전장치 등을 제공해야 한다.
왜냐하면 지금은 운영을 잘하는 안정적인 우량 임차인을 내 건물로 어떻게 데려올 수 있는지가 중요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건물에 대리석 타일을 붙이는 대신, 더 좋은 임차인을 모셔오기 위해 임차인에게 시설비를 지원해주고 더 높은 임대료를 받는 것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일부 대형 빌딩이 아닌 이상 부동산의 가치가 상승하는 것은 건물의 가치가 아니라 토지의 가치가 상승하는 것이다. 건물은 감가상각, 즉 시간이 지나면 노후화되고 가치가 하락한다. 투자에는 때가 있다. 지금은 토지의 가치가 상승할 수 있는 지역을 선정하고 건축비는 최소화해야 하는 시기이다. 향후 금리가 낮게 안정화되고 더 많은 임대수요가 생길 때 건축에 제대로 투자하더라도 지금은 조금 더 긴 호흡으로 제한된 투자를 하는 것을 권한다.
임대인도 임차인과 같이 시장의 트랜드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임차인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임차인이 속해 있는 시장의 얘기를 듣는 것도 중요하다. 필자는 외식업을 운영하지 않지만, 매년 프랜차이즈 박람회에 방문해서 어떤 아이템이 사라질지 어떤 아이템이 떠오를지 예측한다. 한 예로, 프랜차이즈 박람회에 온갖 에그 샌드위치 브랜드가 가맹점을 모집하고 있는 것을 보고 이제 에그 샌드위치 시장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최근에는 국민 간식으로 칭송받던 탕후루가 그렇다. 지금은 임대인이 안정적인 브랜드, 오래갈 수 있는 브랜드, 임차인의 사업 아이템을 분석할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그래야 우량 임차인을 통해 장기적인 투자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부동산은 피해야 한다. 분양형 상가나 지식산업센터 등 분할상가는 소유주가 많고, 임대인 한 두 사람이 노력한다고 하여 큰 흐름에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광교신도시에 있는 엘리웨이와 같이 운영주체가 명확한 상가는 고객 니즈에 따라 계속 입점 업체를 변경하고, 이벤트를 실시하고, 고객 관리를 하며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전국 대부분의 분양형 상가는 고객이 찾아오지 않고 공실이 늘어나는데도 상가소유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어떤 희망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 처해 있다.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 사회 흐름의 물줄기가 바뀌는 것을 경험했다. 앞으로 AI와 로봇은 우리의 삶 전반과 부동산 시장에 더 큰 변화를 만들 것이다. 환경이 바뀌면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환경에 맞춰 바꾸고 적응해야 한다. 내가 주체가 될 수 있는 부동산이 중요한 이유이다.
이정협 서호홀딩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