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박물관 기증유물 들여다보기]백성들 권익 보호하려한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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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박물관 기증유물 들여다보기]백성들 권익 보호하려한 흔적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4.09.05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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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유기
▲ 양계조회 상권
무엇이든 처음은 항상 어렵다. 첫 직장. 첫 업무, 첫 글쓰기 등. 하지만 두 번째는 처음보다 수월하다. 기증도 마찬가지다. 기증 업무를 하면서 놀라웠던 점은 2번째, 3번째 기증자 분들이 많다는 것이다. 한번 기증이 성사되면 집에 소장하고 계신 유물을 더 가지고 오신다. 아니면 주변 지인들에게 기증을 권유하고 박물관을 소개해 주신다.

이번에 소개할 유물도 2번째로 기증하신 유물이다. 기증자이신 윤정열씨는 울산과 연고는 없지만 고조부 윤병관이 언양현감을 역임했다는 인연으로 2016년에 윤병관 관련 유물을 기증하셨다. 이후 2020년 <양계조회>와 <북유기>를 추가로 기증하였다.

<북유기>는 경원부사로 임명된 윤병관이 한양에서 경원으로 부임하는 길에 보고들은 내용을 기록한 견문록이자, 종성부사로 부임하면서 겪은 일들을 적어 엮은 책이다. <양계조회>는 상하 두 권으로 저술되었다. 상권은 종성부사로 지내면서 중국측 관원과 주고받은 조회문(照會文)을 베낀 것이며, 하권은 중국측 관원과 주고받은 서찰을 정리한 것이다.

<북유기>와 <양계조회>의 당시 사회사적 상황은 1884년 조선과 청나라 만주 길림지방 정부 간에 체결된 무역규정인 「길림조선상민수시무역장정(吉林朝鮮商民隨時貿易章程)」의 상황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해당 장정은 조선-청나라 변경에서의 수시무역(隋時貿易)에 대한 규정이며, 그 규정들은 대체로 중국측에 유리했다. 무역의 관리감독 권한 대부분이 중국측에 부여되어 있었기 때문에 장정을 통해 중국측은 조선 백성을 억압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 백성이 불합리한 억압과 약탈을 받았을 때 윤병관은 앞장서서 종성지역의 백성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 노력의 흔적이 두 서적에 기록되어 있다. 이 유물들은 양계지역 연구와 19세기 조선의 대외관계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확인되어 2022년 울산박물관 학술총서(사진)로 발행되었으며, 올해 6월에 울산광역시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자신 혹은 문중에서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던 무엇인가를 남에게 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귀한 일이며, 기증된 유물은 사회 모두가 함께 공유하니 그 의미또한 남다르다. 함께하는 가치, 나누는 즐거움이 있는 n차 기증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최윤진 울산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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