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노조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과 관련해 사측이 내놓은 첫 제시안을 거부했다. HD현대중공업은 5일 울산 본사에서 열린 21차 교섭에서 기본급 10만2000원(호봉승급분 3만5000원 포함) 인상, 격려금 400만원과 성과금 지급, 종합건강검진 대상 연령 확대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조합원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안”이라며 거부했다.
이로써 HD현대중공업 노사의 2024년 단체교섭은 장기화의 갈림길을 맞았다. 노사는 지난 6월4일 상견례 이후 20여 차례 만났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미 노조는 지난달 28일과 지난 4일 두번의 파업을 벌인 바 있다. 지난 6일 파업은 세번째다. 사측은 “노조와 더 진솔하게 소통해 부족한 부분을 조속한 시일 내에 채워 나가겠다”고 말했지만, 지금까지 노조의 반응을 봤을 때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더 큰 상태다.
조선업이 장기 불황을 지나 호황기로 접어들고 있다고는 하지만 본격적인 실적 회복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선박 수주에서 인도까지 긴 시간이 걸리는 특성상 올해 인도하는 선박들은 선가(船價)가 충분히 오르기 전인 2~3년 전에 수주한 선박들이기 때문이다. 실제 HD현대중공업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3.2% 수준으로, 우리나라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인 5%대에도 미치지 못했다.
더욱이 올해 8월까지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의 67%를 쓸어 담은 강력한 경쟁상대인 중국은 최근 양대 조선사인 중국선박공업그룹(CSSC)과 중국선박중공업그룹(CSIC)이 합병 절차에 돌입하면서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두 회사가 합병하면 자산 총액 75조원, 전 세계 선박 수주량의 3분의 1을 점유하는 ‘공룡 조선사’로 재탄생하게 된다. 75조원은 HD현대중공업 자산(17조7000억원)의 4배가 넘는 규모다.
이번에 회사가 제시한 기본급 인상액 10만2000원은 약 4.8%의 인상률로, 현재 회사 실적을 상회하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많은 기업들이 임금인상의 중요한 지표로 삼는 물가상승률(2024년 상반기 2.8%)보다도 상당히 높은 수치고, 다른 조선사들의 제시안과 비교해도 최고 수준이다.
노조는 이번 주에도 파업을 예고했다. 노조는 더 이상의 파업은 자제하고 조속히 교섭을 마무리해 지역사회와 주민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할 것이다. 지금 조합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투쟁이 아니라 교섭을 통해 실리를 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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