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아이가 태어난 날.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날 닮은 아이가 태어나다니! 믿기지 않았고, 황홀했다. 아이를 위해선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았고, 내 모든 사랑을 아이에게 주리라 다짐했다. 하지만 몰랐다. 워킹맘에게 그건 얼마나 어렵고 고달픈 일인지, 그땐 몰랐다. 나는 어제도 오늘도 내 일에 치여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하지 못했고, 일도 내 마음껏 해내지 못했다. 육아, 일 어느 것 하나에도 온전히 집중할 수 없는 처지다. 내 아이에게 집중하려고 하면, 내 일이 밀리고 직장에 피해를 주는 것만 같고 승진과는 멀어지게 된다. 직장 일에 몰두하면 내 아이는 다른 사람 손에 맡겨져 엄마 품을 그리워하며 자라게 된다.
이렇게 육아는 일과 윈윈게임이 되지 않는다. 둘은 성공적인 공존이 어렵다. 이런 세상에서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아이 낳기를 선택하는 게 쉬운 일일까. 일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건 도무지 쉽지 않다며 외쳤더니, 사회는 낳기만 하면 키워줄 것처럼 말한다. 저녁 8시까지 아이를 학교에서 돌봐줄 터이니 걱정하지 말고 낳으라 말한다. 도대체 이건 육아를 지원해 주기 위한 것인가. 근로를 장려하기 위한 것인가. 그뿐만 아니라 첫만남 이용권이라던가 부모 급여, 육아 휴직 급여를 주겠으니 낳으라고 말한다. 이것 역시, 일시적인 지원금일 뿐인데도 말이다. 일시적인 지원금을 받고 싶어서, 20년 아니, 어쩌면 평생을 책임져야 하는 아이를 낳겠다 결정하는 사람들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육아를 장려하려면, 아이와 함께하는 삶이 내 인생에 행복이 되어야 하고 내 삶에 활력을 가져다주어야 한다. 아이를 낳으면 내 삶이 팍팍해지고 사회에서 뒤처지며 내 삶은 사라진다는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 아이를 낳은 뒤에도 직장에 내 책상이 사라져선 안 되고, 직원 채용 면접에서 2세 계획이 있는지 여성에게 물어보는 질문 같지도 않은 질문 따위는 사라져야 한다.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느라 출근이 늦어져도 근무 평가가 낮아져선 안 되고, 육아휴직을 한 기간이 승진에 불이익으로 작용해선 안 된다. 직원이 출산했는데도 육아휴직을 못 하게 하는 회사에 벌금을 내게 하는 등의 불이익을 주어야 한다. 아이가 있는 직원들은 남녀를 막론하고 육아시간을 무조건 사용하게 해서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아이를 낳은 부모에겐 인사상의 우대를 해주는 등 파격적이라고 할 만큼 획기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아이를 낳아볼까, 마음먹는 게 요즘 세상이다. 아이는 부모가 키워야 한다. 학교 또는 사회기관이 늦은 저녁까지 아이 밥을 차려주고 놀아주는 게 아니라, 부모가 아이의 밥을 차리고 아이와 함께 식사를 즐기며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회는 부모가 아이와 마음 편히 함께 할 수 있도록 육아 장려 제도를 의무화하고, 아이와 함께하는 부모 역시 자기 삶을 포기하지 않도록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나는 내 일도, 내 아이도 모두 잘 해내고 싶다.’
김보아 화진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