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국내 놀이터의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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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국내 놀이터의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 경상일보
  • 승인 2020.04.01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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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우 울산예방안전센터 이사장

안전한 바닥재와 함께 화려한 조립식 놀이기구를 가진 현재의 놀이터는 2008년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이 시행되면서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가 됐다.

우수놀이터 평가와 안전검사를 하면서 전국의 놀이터를 다녀보아도 색다른 놀라운 요소가 있는 놀이터를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 놀이터는 대부분 유사한 구조와 형태를 가졌고, 우리 아이들은 똑같은 높이와 폭을 가진 그네, 다를게 없는 높이와 각도를 가진 미끄럼틀을 탈 수 밖에 없다.

국내 놀이터에 설치되는 놀이기구는 안전인증을 받은 부품의 조립식이며, 국내 안전기준에 따라 최대한 안전하게 설계 및 설치되고 있다. 그래서 새로운 놀이터는 멸균화되어 있고 안전하다. 놀이터에 관한한 국제적으로 우리나라는 안전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며, 사회적으로도 놀이터에서 모든 부상의 위험으로부터 보호되어야 한다는 과잉 보호주의적인 잘못된 인식이 만연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놀이터에서 아이들은 너무 빨리 적응하고, 숙달하므로 새롭게 설치된 안전한 놀이기구라도 아이들은 금방 지루해 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특히 영유아의 안전을 우선적으로 담보하다보니 7세 이상의 아이들은 일탈을 시도한다. 결국 아이들은 재미와 흥미가 떨어지면서 놀이를 하려는 욕구와 동기를 찾지 못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 놀이터를 사용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항상 뛰놀고 싶은 우리 아이들은 나름대로 놀기 위해 자기만의 방법으로 재미와 도전을 만들어 낸다. 아이들은 즉흥적으로 누워서 미끄럼틀을 타거나 미끄럼틀을 거꾸로 오르거나 터널미끄럼틀 위로 오르게된다. 미끄럼틀은 이용자의 이러한 과용과 오용을 감안하여 제작된 것이 아니지만, 이 것은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놀이터 풍경이다. 실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전국 놀이터 중대사고를 분석한 결과 사고원인의 98%가 이용자 부주의로 나타났다. 사고분석을 담당해오며 느끼는 것은 놀이터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좋은 놀이터 설계와 디자인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고 있다.

물리적, 제도적으로 안전하게 설치된 놀이터가 실제로는 위험한 놀이터로 바뀐 현장을 마주한다. 오히려 지금의 놀이터가 위험해졌다고 할 수 있다. 유아교육학자 로진(Rosin, 2014)이 주장한 바와 같이 놀이시설과 환경은 안전해졌지만, 잃어버린 것은 우리 아이들의 창의력, 열정, 용기다.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위험으로 가득 차 있기에 신체적, 감정적, 사회적 위험과 합리적인 위험은 아이들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필수적(Joe Frost, 2006)임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너무나 많은 연구문헌에서 놀이환경의 변혁과 위험한 놀이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놀이터분야에서 국제 안전기준을 선도하고 있는 영국에서 2008년부터 국가적으로 어린이 놀이환경에 필요한 위험의 가치를 인정하는 새로운 정책을 영국에서 장려해오고 있다. 또한 영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ESC)는 최근 성명을 내고 “잘못된 건강과 안전에 대한 우려가 도전성이 결여된 살균된 놀이터를 만들어 아이들의 배움과 역량강화를 막지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굳이 놀이가치와 아이들의 발달적 욕구를 논외로 하더라도 놀이터에서 아이들의 치명적 사고방지(안전)을 위해서라도 놀이터는 좀 더 도전적이어야 하며, 이용자의 욕구를 채울 수 있는 스릴을 유발하는 놀이 환경을 만들고 제공해주는 노력이 필요할 때다. 우리 아이들의 행복과 놀 권리를 위해 더 많은 분들의 수고와 고민이 더 필요한 시기다. 이재우 울산예방안전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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