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민 여러분, 산업도시 울산과 고락을 함께해 온 고려아연이 해외로 인수합병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김두겸 울산시장이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고려아연을 지켜줄 것을 호소했다. 내용인즉 고려아연의 파트너사인 영풍이 사모펀드 운용사 MBK 파트너스와 함께 고려아연 주식을 공개 매수해 경영권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단순한 기업 간 갈등이 아니라 대한민국 기간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고려아연에 대한 사모펀드의 약탈적 인수합병 시도를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에 이어 울산지역 4대 주력 산업에 속하는 비철금속 산업을 주도하는 향토기업으로, 지난해 9조7000억원의 매출액과 65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린 바 있다. 수소, 이차전지 핵심 소재와 관련해 현재 울산에서 1조5000억원 가량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5000억원의 추가 투자도 예정돼 있다.
시는 그동안 기업유치와 기업투자를 유도해 울산을 명실상부 전국 최고의 기업도시로 이끌어 올렸다. 이를 위해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공장, S-OIL의 샤힌프로젝트, 삼성SDI의 배터리 공장, 고려아연 등에 공무원들을 파견하는 등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50년 넘게 울산을 지켜온 향토기업 고려아연이 경영권 위기에 봉착했다니 울산시장으로서는 가만히 앉아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
만일 이번 사태로 고려아연이 현재 진행 중인 2조원 규모의 이차전지 사업이 중단될 경우 울산 산업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 뻔하다. 특히 MBK사모펀드가 고려아연 인수 후 연구개발 투자 축소, 핵심인력 유출, 해외매각 등을 시도할 경우 지역 산업생태계 뿐만 아니라 고용장에도 타격을 줄 것로 예상된다.
다행히 이번 사태와 관련해 소액주주들이 ‘백기사’(우호세력)를 자처하고 나서 이목을 끈다. 이들은 주주들에게 “고려아연과 같이 주주환원율 최고의 회사는 소액주주가 작은 힘으로라도 지켜내 ‘동학개미’가 때로는 회사와 함께 힘을 합쳐 위기를 이겨내는 사례로 만들어보고 싶다”고 밝혔다.
울산시민들은 20여년 전 지역기업 SK가 외국계 헤지펀드 소버린자산운용과 경영권 분쟁에 휩싸여 있을 때 ‘울산시민 SK주식 1주 갖기 운동’을 펼친 바 있다. ‘우리 지역이 낳은 기업은 우리가 지킨다’라는 자부심이 이번 사태에도 큰 힘을 발휘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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