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박물관 기증유물 들여다보기]울산 산업 주역들의 삶을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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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박물관 기증유물 들여다보기]울산 산업 주역들의 삶을 담다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4.09.1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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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석유공사 시절 근로자들이 근무하고 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
울산은 1962년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되면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산업의 중심지로 성장했다. 울산의 급속한 변화와 산업발전의 과정을 목격하고 산업의 주체로 참여한 사람들이 있다. 1960년대 이후 산업 발전의 주역으로서 근로자들이 울산 공단에서 노동 생활을 시작했다. 울산에서 태어나 취직한 사람도 있었지만 입사 공고를 보고 전국에서 많은 청년들이 울산으로 몰려들었다.

울산박물관에 기증된 물품을 보면 초창기에는 고문서나 고서 등 옛 시대의 유물이 많았다면, 점점 현대를 살아가는 흔적들을 살펴볼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고 있다. 울산은 산업화 이후 도시가 크게 성장했기에 현대의 기록이 더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2017년 SK유우회(油友會)에서 1970년대부터 사용한 안전모와 대한석유공사 시절 신분증, 유공 시절 월급봉투와 근속공로증서 등을 박물관에 기증했다. SK유우회는 SK에너지 퇴직자의 모임이다. 그중 근무 당시 촬영한 사진들은 그 시대의 근로자의 모습과 삶을 엿볼 수 있다. 작업장 및 사무실 곳곳에서 촬영한 사진과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찍은 사진은 그때 근무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알 수 없는 것이기에, 울산 산업의 역사를 기록하는 데에 있어 더없이 소중하다.

울산이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된 이후 정유산업이 그 무엇보다 먼저 시작되었다. 정유공장은 산업시설을 운영하기 위한 에너지 마련이라는 차원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울산이 공업도시로 개발되면서 석유화학공단이 조성되었고 석유화학공단은 전국적으로 좋은 일자리로 알려져 있었다. 석유화학공장에 취업한다는 것은 선망의 대상이었고, 취업 당시 경쟁률도 상당히 높았다. 1962년 설립된 대한석유공사는 1982년 ‘유공’으로 이름을 바꾸었다가 1997년 SK로 사명을 변경했다.

유공 마크를 단 근로복은 청자켓과 청바지이다. 청청 패션이 지금 봐도 세련되어 보인다. 정유공장에서는 정전기가 화재를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정전기를 방지하기 위해 청 소재의 근무복을 입었다.

한편 1960~1980년대 근로자들은 대체로 동료들과 음주 등을 즐기면서 여가시간을 보냈다. 회사의 옷과 가방은 퇴근길 선술집에서 외상술을 마실 수 있는 근거가 되었다. 가게 주인은 회사의 명성을 믿고 외상을 해주었고 쌓인 외상값은 월급날이 되면 갚았다. 이는 근로자들의 구술조사와 기증된 직장동료와의 야유회, 회식 등의 사진을 통해서 알 수 있다.

SK유우회의 기증품뿐만 아니라 산업체에서 일한 기증자들의 사진, 물품 하나하나에는 한 시대의 경제를 견인한 인물들의 열정과 자부심이 담겨 있다. 앞으로도 울산 산업 발전의 주역인 근로자들의 이야기가 담긴 많은 물품들이 기증되기를 바란다. 임혜민 울산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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