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남·북구가 한눈에
지난 17일 오후 9시께 찾은 중구 동동 경상좌도병영성. 어렵사리 찾은 산책로를 달빛과 잔디등을 벗 삼아 천천히 걸었다. 해가 진 어두운 밤이었지만 병영성 산책로에는 대가족, 중년 부부, 커플 등 많은 시민들이 찾아 거닐고 있었다. 시민들은 간만에 여유를 즐기며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앉거나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시민들도 보였다.
완만한 산책로를 어느 정도 걷다 주변을 둘러보니 울산 중구, 남구, 북구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주변보다 높은 곳에 위치해 사방이 탁 트여있어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병영성 주변을 천천히 살펴보자 저멀리 울산대교가 제일 먼저 보였다. 울산공항과 아파트 대단지 등도 화려한 불빛을 내뿜고 있었다. 카메라를 꺼내 울산의 야경을 담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병영성 산책을 마치고 큰길로 내려와 제일 먼저 보이는 한옥 카페에 들어서자 사람들로 북적였다. 병영성 인근에 있는 레스토랑도 인기였다. 이금연(74·울산 중구)씨는 “저녁을 먹고 소화시킬 겸 가족들과 다함께 산책하러 왔다”며 “저멀리 울산대교부터 울산공항, 아파트 대단지 등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입소문에 주변 상권도 활성화
조선 태종 17년에 구릉(산지와 평지의 중간 형태를 갖는 지형)을 따라 돌로 계곡을 감싸며 쌓는 포곡식 방식으로 축조된 성인 경상좌도병영성은 경상좌도의 국방을 맡은 병마절도사가 머물던 곳이었다.
내부 관청 건물은 일부 행정적인 기능을 담당했으나 대부분은 군사적인 기능을 위해 설치됐다. 사방으로 성문을 두고 서문과 북문 주위에는 옹성(성문을 보호하기 위한 시설)을 쌓았으며 성벽 곳곳에 치성(성벽에 기어오르는 적병을 쏘기 위해 만든 시설) 등을 설치했다. 병영성 안에는 관청, 창고, 무기고, 우물 등 다양한 건물과 시설이 있었다.
을미개혁으로 군사제도가 개편돼 병영이 폐지되기 전까지 왜적의 내륙침입로를 견제하는 등 동남해안권 방어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역사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1987년 7월18일에는 사적(제320호)으로 지정됐다. 2008년까지 울산시가 유지·관리하다 2009년부터 중구청으로 관리 주체가 변경됐다.
그러나 병영성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당시 왜군이 성벽을 헐어 울산왜성을 쌓는 과정에서 크게 훼손돼 2010년부터 지속적으로 보수와 정비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 7개 정비 사업에 역대 최대인 45억8400만원이 투입돼 정비를 진행하고 있다.
멋진 야경으로 병영성을 찾는 시민들이 늘어나면서 병영성 인근에 위치한 외솔기념관의 방문객 수도 2021년 1만1370명, 2022년 2만690명, 지난해 3만845명 등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올해 8월말까지 누계 방문객 수는 1만3673명으로 이미 2021년 전체 방문객 수를 넘어섰다.
중구 관계자는 “2026년까지 병영성의 4대 문 중 서문을 제일 먼저 복원하는 등 병영성 정비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병영성 정비 사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문화 콘텐츠를 확대해 병영성이 울산의 대표 문화 관광지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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