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 추정 사모펀드의 적대적 M&A 시도로 울산 향토기업 고려아연의 운명이 태풍 속의 촛불 신세다. 거대 자본력으로 무장한 사모펀드 운용사가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서기로 하면서 경영권 사수가 위태로워졌기 때문이다. 단기간에 고수익 거두는 펀드의 본질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업의 경영권을 확보하겠다고 천명한 것이기에 더욱 염려스럽다.
고려아연은 지난 수십 년간 글로벌 비철금속 ‘톱티어’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고 최근에는 이차전지 원소재 선도기업으로 변신 중인 국가대표 향토기업이다. 이런 기업의 경영권이 외국계 사모펀드로 넘어간다면 핵심 제련기술과 핵심인력 유출, 해외 매각 등으로 국내 기간산업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공급망까지 붕괴될 수 있다.
특히 중국계 의심 사모펀드의 적대적 M&A 시도는 울산 경제는 물론 대한민국 비철금속 산업의 미래를 약탈하려는 시도나 다름 없다. 국가 기간산업 보호를 위해 정부와 정치권이 적극 나서야 한다. 또 울산 정치권, 상공계, 시민사회가 똘똘 뭉쳐 울산의 자존심을 지켜야 할 것이다.
울산상의 회장단은 19일 성명서를 통해 국가기간산업 보호를 위해 정부가 사모펀드의 적대적 M&A를 막는 역할을 해 줄 것을 촉구했다. 사모펀드의 고려아연 공개매수는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닌 지역 경제, 나아가 국가 경제에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국가 핵심산업의 보호라는 관점에서 전략적이고 제한적인 개입을 주문한 것이다.
최근 미국 정치권은 국가 기간산업 보호를 위해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시도에 초당적으로 힘을 모아 저지했고, 중국계 기업의 리튬 광산 인수를 호주 정부가 막은 사례가 있다.
경영권 분쟁의 당사자인 고려아연과 노동조합도 사모펀드의 주식 공개매수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노조는 MBK파트너스에 대해 “단기적인 이익만을 추구해 건실한 기업들을 망가뜨리고 근로자와 국민의 삶을 파괴하는 약탈자”라고 비판했다. 고려아연도 국가전략산업인 이차전지를 비롯해 신재생에너지와 수소, 자원순환 등 신성장동력 사업 재원이 빼내 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울산 대표기업이 또다시 사모펀드 먹튀의 희생양으로 전락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 고려아연의 경영권 방어는 곧 울산경제와 한국 비철금속 산업의 붕괴를 막는 일이다. 2003년 막대한 국부 유출을 초래한 ‘외국계 헤지펀드 소버린의 SK 경영권 탈취 시도’와 같은 약탈적 기업사냥을 저지하는데 힘을 모야야 한다.
저작권자 © 울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