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시민 1인 1주식 갖기로 향토기업 고려아연을 지키자’. 울산에 주력사업장을 둔 세계 비철금속 1위 고려아연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위기에 처하자 울산지역 사회 구성원들이 백기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사모펀드의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약탈적 인수합병’ 시도로 규정하고, 1인 1 주식 갖기 운동이 들불처럼 확산하고 있다.
이는 2003년 소버린의 경영권 인수 시도 당시 SK그룹을 지키기 위해 ‘SK 주식 1주 사기’ 운동을 벌인 것과 유사한 움직임이다. 울산 시민의 땀과 열정을 녹여 업계 세계 1위로의 성장한 고려아연의 경영권이 사모펀드로 넘어갈 경우 향후 구조조정, 투자 축소, 고용 감소 등 울산 지역경제에 미칠 타격을 우려한 것이다.
울산 지역사회의 1인 1주식 갖기 운동은 사모펀드의 약탈적 인수합병 시도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의 성격이 강하다. 향토기업을 지키려는 울산 지역사회의 염원이 자금력을 갖춘 재계의 백기사의 가세로 이어져 기업과 지역사회가 상생과 협력의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는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한다.
울산지역 50개 시민사회단체로 이뤄진 울산 범시민사회단체연합을 비롯해 재울산연합향우회, 문화예술단체, 사회복지단체는 23일 울산시청에서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고 ‘고려아연 1인 1주식’ 캠페인 동참을 호소했다. 울산과 국가 경제에 중요한 기여를 해온 고려아연에 대한 경영권 인수 시도는 회사의 독립성과 장기적인 성장에 중대한 위협이라면서 120만 울산 시민의 관심과 지지를 당부했다.
이날 영풍 측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스스로 팔을 자르고 살을 내어주는 심정으로 MBK에 1대 주주 지위를 양보하며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섰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런데도 울산 지역사회가 의구심을 접지 않는 것은 사모펀드의 적대적 M&A 표적이 된 향토기업들이 먹튀의 희생양으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맥쿼리그룹 사모펀드는 2017년 영남권 최대 폐기물처리업체 코엔텍 인수 후 3년여 만에 경영권을 매각하며 차익을 실현했다. 지난 2021년에는 국내 수소 1위인 덕양을 인수, 국내 수소 생태계의 최상단을 점령한 상태다.
기업의 경영권 분쟁은 ‘회사를 잘 이끌 적임자’를 가리는 지분경쟁이다. 다만, 지분분쟁의 결과가 지역사회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낳아서는 안 된다. 울산 시민들은 지역사회와 상생하며 더 큰 미래를 만들어 가는 기업을 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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