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소설감이 엄청 많을 겁니다. 내년 봄에 한번 와 보세요.”
나는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원하는 이야기를 들으려면 그들의 모임이 서석곡에서 이루어져야 아귀가 맞았다. 수몰민들의 이야기는 서석곡의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나는 이야기의 방향을 돌려 벼루가 들어있는 먹통을 나에게 팔겠느냐고 했다. 김용삼은 단호하게 팔 수 없다고 했다.
“이건 조상들이 물려 준 가보와도 같은 것인데 내가 팔아먹으면 안 되지요.”
그러면 왜 붉은 돌도끼를 일본노인에게 팔았느냐고 하니 지금 무척 후회한다고 했다. 그때는 좀 궁핍한 때여서 돈에 눈이 멀어 팔았다고 했다. 그러면 지금 이 돌도끼를 다시 매입하고 싶은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얼마에 넘겨 줄 것인지 물었다. 그때 판 금액은 받아야하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아무리 조상들이 물려준 물건이라고 해도 오백만 원에 가까운 금액을 주고 되찾아올 생각은 없는 듯했다.
“안 그래도 홍옥원석을 구하면 돌도끼로 가공해볼 생각이었습니다. 십만 원 정도면 가공할 수 있으니까요.”
나는 더 이상 김용삼에게서 알아낼 것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머잖아 할아버지와 관련해서 좋은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언질만 주고 나왔다. 막 시동을 걸고 출발을 하려는데 유촌 마을의 김인후에게서 전화가 왔다. 김인후는 대뜸 지금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반곡 마을에 와 있다고 했더니 마침 잘되었다며 자기 집으로 오라고 했다. 작은 할아버지가 있는 요양원에 오늘 면회가 가능하다고 연락이 왔다고 했다.
나는 곧장 유촌 마을로 차를 몰았다. 십 분이면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였다. 그의 집에 도착하자마자 차를 돌려야 했다. 나갈 채비를 하고 있던 김인후는 곧장 나의 차에 올랐다. 그의 얼굴은 약간 상기되어 있었다.
“얼른 가도록 합시다. 두동에 있는 울산요양원은 잘 알고 계시죠?”
“네. 무슨 좋은 일이 있나 봐요?”
“가면서 말씀 드릴게요.”
나는 왔던 길을 되돌아 나왔다. 언양 경주간 국도를 타고 조금만 내려가면 예전에 있던 삼정 마을이었다. 그길로 들어서면 대곡댐을 가로지르는 제법 규모가 큰 삼정교가 있었다. 다리를 건너면 곧바로 두동면소재지로 갈 수 있었다. 요양원은 면사무소에서 빤히 건너다보이는 연화산 자락에 위치해 있었다.
김인후는 차 안에서 새로운 소식을 전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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