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한반도는 고약한 섬인가, 복 받은 다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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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한반도는 고약한 섬인가, 복 받은 다리인가
  • 경상일보
  • 승인 2020.04.05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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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선에 막혀 반도의 이점 못살려
한반도가 요충지로 활약할 날 그리며
국론 모을 수 있는 현명한 투표를
▲ 전상귀 법무법인현재 대표변호사

총선구호에, 유행병에, 번잡한 한반도(韓半島)가 아예 어지럽다. 잘 알다시피 헌법상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 영토만 대한민국의 영역이 아니다. 지배가능한 상공을 말하는 영공도 있고 영해도 있다. 영해는 기선(基線)으로부터 12해리를 말하고, 영해는 아니지만 경찰권이 미치는 접속수역은 기선으로부터 24해리까지이고, 배타적 경제수역은 기선으로부터 200해리이다. 이게 우리나라의 입체적인 영역이다. 독도나 이어도 같은 작은 섬들이라도 지켜야 한다.

해양강국들은 영해의 폭을 줄이려 애쓰고 약소국은 영해의 폭을 넓히려는 욕구가 있다. 해양강국들은 다른 나라의 영토에 근접할 실력이 되고 해양약소국은 해상지배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한반도는 휴전선에 의하여 북쪽으로는 대륙쪽으로 갈 수 없다. 육지만 지나갈 수 없는 것이 아니라 공중이나 해안을 지나갈 수 없다. 아예 영국이나 일본처럼 섬이라면 사방팔방 선박이라도 다니지. 휴전선에 가로막혀 빙빙 돌아가는 세상에 둘도 없는 고약한 섬이다.

반도라하면 해양과 대륙을 잇는 다리가 되어 교통의 이득을 누릴 수 있는 요충지이다. 그리스-로마와 스페인의 해상강국으로서의 번성도 반도와 무관하지 않으리라. 로마시절 아프리카의 물산을 실어 나르던 해상조합이 지금의 해상기업의 원조로 보는 학자도 있으니 말이다. 지도를 펴놓고 우리 한반도를 쳐다본다. 태평양과 유라시아 대륙의 중심에 반도다운 반도는 한반도 밖에 없다. 미디어에 등장하는 미국, 일본이라는 해양국가와 러시아, 중국이라는 대륙의 사이에 안개가 거의 끼지 않는 부동항을 여럿 거느린 반도. 한반도가 해양과 대륙의 다리가 되면 물류가 우리의 가장 큰 산업일 수 있다는 생각에 안타깝다. 한미, 한중에 이어 한-EU FTA를 하지 않았는가?

마침 한국은 그간 북한의 반대로 가입하지 못했던 OSJD(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청도운송협약. 중국, 러시아, 북한, 몽골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철도 협약)에 가입했다. 이미 한국은 OTIF(독일을 중심으로 한 서유럽국가들의 철도협약)에 가입돼 있었으니 이론상으로는 부산항에서 런던까지 철도로 운송을 할 수 있게 됐다. 혹자는 누가 부산에서 런던까지 철도로 가는가라고 반문한다. 경제성이 없는 일은 벌이지 말아야 되겠지만, 철도란 본선(本線)이 있고 또 지선(支線)이 있으니 러시아 극동의 가스, 석유, 중국 장춘의 중공업물품, 텐진의 화학 물품이 한국으로 오고, 한국의 우수한 물건들이 인근 중국과 러시아에 뿌려진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여기에 일본과 미국이 이용하겠다고 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부산항의 경쟁자인 홍콩에서 철도로 가지 못할 대륙이 남한밖에 더 있는가? 북한을 통과하기 쉽지 않아 한반도 서해안에서 산동반도까지 해저터널도 생각해 보는 것 같다. 하지만 북한을 통과하는 비용의 몇 백배 든다고 하니 나라살림이 넉넉하지 않은 우리가 엄두를 내기 쉽지 않을 듯하다. 영해를 지키는 일은 영토 못지 않게 중요하다. 영토보다 영해가 더 넓으니 말이다.

구한말에 해양강국에 유린당하자 이를 만회하려는 ‘웃픈’사건이 있었다. 대한제국(1897년 10월12일~1910년 8월29일)은 해양강국에 대항하려고 1903년 일본 미쓰이상사(商社)로부터 110만원(55만엔)에 상선(商船)을 구입했다. 당시 국가예산이 1000만원이니 10% 수준. 대한제국이 매수한 선박은 미쓰이상사가 1894년 25만엔에 구입했던 영국 딕슨사 제작 3275톤급 중고상선(Pallas호)이었다. 이를 군함으로 개조하여 양무호(揚武號)라 이름짓고 8mm대포 4문, 5mm소포 2문을 장착했다. 하지만 연료소비가 커 해안에 방치했고 1904년 러일전쟁시 일본에 의하여 사용금지당했다. 억울함이 하늘을 찌른다. 마침 총선이니 국론을 정하는 또 하나의 숭고한 행사가 되었으면 싶다. 현명한 투표로 한반도가 지구촌 사람들의 바닷길, 하늘길과 땅길이 되어 셀 수 없는 여객과 화물들이 북적이는 세계 최대의 다리가 되기를 희망한다.

전상귀 법무법인현재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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