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은 대부분 때가 되면 남자와 여자가 만나 부부란 이름으로 평생을 살아간다. 부부로 살아가는 삶은 행복과 고통, 사랑과 미움이 끊임없이 반복하는 긴 여정이다. 따라서 부부는 반려자이면서 수행자다. 그런데 부부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부부 사이의 말하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바람직한 부부 말하기에는 과연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 칭찬 말하기다.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서로 칭찬하는 것이 좋다. 칭찬보다 좋은 말은 없다. “참 잘하셨네요.” “당신, 고생 많았습니다.” 등 칭찬말로 상대의 기를 살려주어야 한다.
둘째, ‘고맙다, 미안하다’ 말하기다. ‘고맙다’와 ‘미안하다’는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에서 나온다. ‘고마워요’ ‘미안해요’는 부끄러움이 아니라 사랑의 표현이다.
셋째, 요청하는 말하기다. 부부는 시키는 명령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 도와주는 요청의 관계다. 따라서 ‘하라’가 아니라 ‘-하자’나 ‘-해 주시겠습니까?’와 같이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다.
넷째, 공감하는 말하기다. 공감은 슬픔과 고통, 기쁨과 행복을 같이 느끼는 데서 나온다. 그래서 부부를 동고동락 관계라고 말하는 것이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당신 말이 맞아요” 와 같이 공감하면서 부부는 서로 한편이 돼야 한다.
다섯째, ‘왜’ 말 안하기다. 부부는 따지는 말인 ‘왜’가 들어가는 말은 삼가야 한다. “왜 ~느냐?”가 아니라 “네, 그랬군요, 잘했어요”라고 사실을 긍정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부부는 따져서 이기고 지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이해하고 감싸주는 관계이다.
여섯째, 잔소리말 안하기다. 잔소리는 상대의 행동에 일일이 간섭하는 말하기로 상대의 행동이 자기의 생각과 맞지 않는다는 불평의 말하기다. 잔소리는 상대를 불신하고 존중하지 않은 데서 나온다.
일곱째, 지나간 잘못과 실수 말 안하기다. 상대가 지난날 실수한 것을 거듭 말하는 것은 상대의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준다. 자기도 모르게 미운 감정의 싹이 될 수 있다.
여덟째, 비교말 안하기다. 부부는 다른 누구도 닮을 수도 닮을 필요도 없는 두 사람만의 고귀한 삶이다. ‘남’의 삶으로 살아갈 것이 아니라 ‘우리’만의 삶으로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아홉째, 무시하거나 막말 안하기다. 저속한 말, 막말 또는 “~도 못하나?” “~나 하라”처럼 상대의 인격을 무시하는 말은 상대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주어 불화의 씨가 될 수 있다.
열째, 눈으로 말하기다. 부부는 말 없이 그냥 서로 바라보면서 상대에게 자유로운 시간과 공간을 배려해주는 것이 말하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을 때가 많다.
생각해보면 부부 사이 말하기보다 쉽고도 어려운 것이 없는 것 같다. 말 한 마디에 마음이 천길로 왔다갔다하니 말이다.
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