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세계적인 그래피티 작가들이 울산을 방문해 울산시립박물관 등에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뮤슈 샤(미스터 고양이)의 토마 뷰, 포르투갈의 피카소라 불리는 빌스, 레지옹 도뇌르의 작가 존 원,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쉐퍼드 페어리 등. 울산 예술의 새로운 장이 보인다. 자유로운 창작혼은 도시의 공기를 바꾼다. 그래피티는 위대한 낙서다. 1970년대 미국 뉴욕을 기반으로 발달한 삶과 예술이 결합된 어반아트다. 키스 해링, 장 미셀 바스키아가 대표적 작가다. 흥미가 있으면 그려진 그림을 직접 감상하거나 ‘바스키아’라는 영화를 한번 보시라.
지난 12일(토)과 13일(일) 양일간 재경 향우 60여명이 모여 버스 두대로 고향 방문 행사를 했다. 평소에도 울산을 다녀가지만 ‘함께’ 하는 데에 의미가 크다. 추억을 되새기며 고향에 대한 새로운 발견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번 읽은 책을 다시 읽으면 새로운 문장이나 줄거리가 눈에 들어온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순천만 습지에 이어 두번째로 국가정원이 된 태화강 십리대숲은 공업축제 기간이라 인파가 붐볐지만 시원하고 청량감 있는 향기를 가슴 속에 불어넣어 주었다. 정원은 온갖 식물과 꽃들로 채워져 장관이다.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이어 들른 대왕암 공원은 미니 해금강이라 불릴 만한 절경이다. 어릴 적에 와 보았지만 이처럼 멋진 곳이었나하는 생각마저 든다. 무성한 해송 가운데 솟은 울기등대는 의구한데 새로이 단장되어 있다. 울렁거림에 약한 여인을 멀미나게 만드는 출렁다리가 인상적이다. 저 멀리 현대중공업의 위용 또한 대단하다.
저녁 식사 후 지역 원로들이 마련해 준 여흥의 자리는 즐거움을 더해 주었다. 고향의 따뜻한 정이 듬뿍 느껴졌다. 감사 드린다. 참석한 향우들은 돌아가면 자랑할 얘깃거리가 더 생겼다. 주변에 새로이 발견한 울산의 모습과 고향의 정을 전파해야 한다.
다음날 찾아간 반구대 암각화는 신석기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고래의 도시 울산의 보배같은 유적이다. 잘 보존되고,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기를 기대한다. 알타미라 동굴 벽화가 구석기시대의 것이지만 그에 못지 않다. 암각화에 생활상이 오롯이 담겼다. 마지막으로 들른 양산 통도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우리나라 산지승원 중 하나다. 부산보다 울산에 가까워 더 좋다. 성파 종정스님이 창건한 서운암(통도사 말사) 옆 장경각에서 팔만대장경을 도자기에 새겨 넣은 16만대장경을 보았다. 20년에 걸친 작업 끝에 2011년 완성되었는데 귀중한 불교 자산을 미처 알지 못했다는 불민함을 느낀다. 불력으로 외침을 막아내고자 하는 고려인들의 염원이 담긴 팔만대장경 아니던가. 종교도 호국이 먼저다.
몇년 전 경기 고양시에 거주하는 후배가 ‘패키지 여행으로 울산을 다녀왔는데 볼거리가 훌륭하고 음식도 좋아 또 가고 싶다’는 말을 했던 기억이 있다. 이번 우리 여정과 비슷했는데 자신이 가 본 여행지 중에서 울산을 다시 가보고 싶다고 했다. 제법 큰 사업을 하며 국내외 여행을 많이 다닌 사람의 호평이라 믿음이 갔고, ‘울산이 그 정도인가’하고 다소 놀랐었다. 당시 울산의 문화와 관광의 저력을 느꼈었는데 이번에 돌아보니 과연 빈말이 아니었다.
도시의 발전은 문화, 교육, 관광 도시로 거듭날 때 촉진된다. 스토리 있는 고급진 문화와 장소는 사람들을 모으고 관광객이 찾아오도록 만든다. 작년에 다녀온 독일 베를린에서 박물관섬 등의 각종 문화적 명소를 돌아보면서, 예술과 문화, 관광의 도시로서 제2의 뉴욕을 지향하고자 하는 노력을 보았다. 울산도 잠재력이 있다. 역사적으로 신라의 수도 경주의 배후로서 경치 좋고 물산이 풍부한 곳이었다. 그래서 헌강왕이 개운포(당시 울산)에 놀러와 처용을 얻었다는 설화도 생겨날 수 있었으리라. 현재 대왕암 일대와 신불산에 케이블카 사업이 진행중이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수준에서 완공되어 다시 와보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지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세계적인 그래피티 작가들이 작품을 남긴 울산도 문화와 예술, 관광의 도시로 일신할 수 있다고 본다.
박기준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