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짝퉁과 가품(假品)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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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짝퉁과 가품(假品) 사이
  • 경상일보
  • 승인 2024.10.2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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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환 지킴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기사에 따르면 최근 수입고기를 국산 돼지고기 한돈으로 속여서 판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추석과 같은 명절이 되면 한몫 잡으려는 자들이 기승을 부린다. 한편 해외로 나가면, K-푸드의 인기로 동남아·중국 등에서 한국식품 모방품 생산이 늘고 있어, 우리 정부는 현지 정부 당국, 관계기관과 협력해 모방 근절 캠페인을 벌이는 등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악의적인 모방품 즉 소위 ‘짝퉁’ 내지 ‘가짜’에 관한 이야기이다.

지난 추석을 앞두고 서울에서는 특허청과 지자체, 경찰서로 구성된 ‘새빛시장 위조상품 수사협의체’가 합동단속을 벌여 유명 브랜드를 위조한 짝퉁상품 1000여 점을 압수하고 해당 판매자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한다.

지난 9월4일은 제7회 지식재산의 날이었다. 지식재산의 날은 지식재산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날을 기념해 제정되었다. 이날이 의미 있으려면 ‘짝퉁’이 더 이상 기를 펴지 못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정품이 아닌 가짜 상품에 ‘가품(假品)’이라는 버젓한 칭호를 부여하는 것도 옳지 않다는 생각이다. 마치 가짜인데 품질이 좋으니 불법이 아닌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용어이다.

과거에 우리나라에서도 ‘짝퉁’이 그리 큰 문제가 아니라고 여겼던 시절이 있었다. 예를 들면, ‘나이키’ 운동화가 아닌 ‘나이스’ 운동화가 버젓이 판매되었던 시절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조선시대 짝퉁이 있다. 조선 후기 서소문 시장을 중심으로 가짜 상품이 활개 쳤는데, 그 짝퉁 내지 가짜를 파는 상인을 ‘안화상’으로 불렀다고 한다. 조선 정조, 순조 때 학자 윤기의 저서 <무명자집>은 “도라지, 까마귀 고기, 말고기를 인삼, 꿩고기, 소고기라고 속이는 자도 있고, 소금에 메밀가루를 섞는 자가 있다”라고 기록한다. 서양으로 가면 바이킹 검도 짝퉁이 있어 실제 사용 시에 치명적인 결과를 낳았다고 하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한편, 종래의 구분 내지 기준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새로운 짝퉁이 나타났는데 바로 AI에 의해 탄생된 ‘딥페이크(deepfake)’이다. 인공지능 기술의 어두운 측면이다. 이제까지의 짝퉁이 저작권, 특허권, 상표권 등에서 고루 문제 되던 고전적인 것이었다면, 딥페이크는 주로 창작물의 저작권, 초상권, 윤리적 문제, 성범죄에의 이용 등 여러 해결하기 어려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는 막강한 괴물이다.

이제껏 인공지능(AI) 기술은 인류의 삶에 기적에 가까운 은혜를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를 악용하려는 자들이 늘어나면서 심각한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다. ‘딥페이크’도 그 예이다. 이것을 재미있어하고 즐기는 사이에 어떤 이는 죽음을 경험하게 된다. 한마디로 철없는 소년이 던지는 돌에 개구리가 죽는 식이다. 아니 이 경우는 철없는 소년이 아니고 그냥 범죄자일 뿐이다. 한편 음성을 흉내 내는 기술은 더이상 가수가 목소리를 가다듬을 필요가 없게 한다. 3단 고음의 좌절이다. 딥페이크 등 AI 기술의 폐해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도전적 과제로, 이는 피하거나 전면금지하는 것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소위 숙명에 가까운 것이다. 오로지 맞서서 대처방안을 찾아 나가야 할 문제로서, 연구자들에 의해 각종 대처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결국, 고전적인 짝퉁을 몰아내듯 인류는 완벽하게는 아니더라도 이 문제도 언젠가는 일정 수준까지는 해결해 나가리라 믿는다.

TV 프로그램 ‘진품명품’을 보다가 묘하게 설레는 기분이 든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러다 간혹 현대에 만들어진 짝퉁이거나 근대에 모방 제작된 것으로 밝혀지면 허탈함에 빠져들곤 한다. 진품이 아닌 짝퉁이 진품으로 둔갑하는 것 외에도 가품이라는 존재로 승격되는 것도 기필코 막아야 한다. 짝퉁이든 딥페이크든 조금이라도 이를 인정하거나 가치를 쳐주면서 호응하면 우리는 과거의 후진국 시대로 돌아가거나 범죄가 판치는 혼란의 시대로 돌아가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의 단단한 인식이 딥페이크 같은 신종 짝퉁에 대처하는 거대한 방패가 되리라 믿는다.

김지환 지킴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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