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붉은 도끼[107]]12부. 사랑은 어디에서 오나(9) - 글 : 김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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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붉은 도끼[107]]12부. 사랑은 어디에서 오나(9) - 글 : 김태환
  • 경상일보
  • 승인 2024.10.2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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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갔다 왔던 평지길을 놓아두고 왜 산을 넘어 반구대로 다니게 된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분명 옛사람들이 다니던 길이 아니고 댐이 들어서면서 새로 생긴 길인 것 같았다. 아니면 반구대 암각화와 서석곡암각화의 중간 지점인 반구대 집청정으로 다니기 위한 길인 것 같았다.

산길이 끝나고 대곡천이 나타나는 지점에 암각화 박물관이 있었다. 대곡댐 입구에 있는 대곡 박물관과는 가까운 거리에 있는 또 다른 박물관이었다. 체온측정을 하고 인적사항을 적은 뒤 안으로 입장하고 나니 11시 50분이었다. 직원 한 사람이 12시에 문을 닫아야 하니 얼른 보고 나와야 한다고 했다. 귓전으로 흘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영상관람실로 들어가니 볼거리가 아무것도 없었다. 3D촬영으로 고래들이 공중에 떠다니고 있었다. 유치원생 아이를 데리고 오면 딱 좋을 전시였다.

다음에 석기시대 유물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내가 찾고 싶은 것은 암각화를 새기는데 사용한 도구였다. 정으로 사용했음직한 유물은 눈에 띄지 않았다. 한군데 연마한 돌도끼를 전시해 놓은 곳이 있었다. 크고 작은 돌도끼 중에 내 눈을 사로잡은 돌도끼가 있었다, 크기는 10cm가 되지도 않는 작은 크기인데 붉은 색을 띤 돌도끼였다. 대곡댐 수몰 전에 삼정리에서 출토된 것이었다.

표면을 자세히 보기 위해 눈을 유리면에 바짝 갔다댔다. 붉은 표면에 반짝거리는 입자가 보였다. 김용삼에게 구입한 홍옥석에도 석영처럼 반짝거리는 성분이 섞여 있었다. 그러나 전시된 붉은 돌도끼가 홍옥석처럼 진한 빨간색은 아니었다. 오랫동안 흙속에 묻혀서 퇴색된 것인지도 몰랐다.

한참을 붉은 돌도끼와 눈씨름을 하고 있는데 남자 직원이 가까이 다가왔다. 점심시간으로 잠시 문을 닫아야 하니 나가라는 것이었다. 평일이라 그런지 박물관 안에는 나와 아내 이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왠지 불쾌했다. 쫓겨 나오다 시피하면서 안에 진열되어 있는 붉은 돌도끼를 가까이에서 볼 수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단호하게 안 된다고 했다. 귀찮으니 어서 꺼지라는 투였다.

아내는 쫓겨나면서 내가 유명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니 이해를 하라고 했다. 하는 수 없이 박물관에서 나와 두서면사무소가 있는 인보로 갔다. 시골 마을이기는 했지만 몇군데 식당이 있었다. 봉계식당이란 간판을 보고 들어갔다. 평범한 시골 한식당이었는데 현관 입구에서부터 커다란 수석을 진열해 놓았다. 활천에서 나오는 구갑석과 혹돌이 많았다.

안으로 들어가니 내 눈을 사로잡는 커다란 돌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미호천 홍옥석이었다. 사이즈가 30cm 이상 되는 제법 큰 것이었다. 나는 자리에 앉기도 전에 홍옥석 앞으로 갔다. 크기도 좋지만 지금까지 실물로 보지 못했던 색감이 아주 좋은 돌이었다. 김재성 노인의 기록에 나오는 홍옥석을 보는 듯했다. 맨 손으로 돌을 쓰다듬다가 아내의 부름에 자리에 가서 앉았다. 아내는 내가 붉은 돌에 혼이 나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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