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문을 받으러 온 식당 주인남자는 내 나이 또래로 보였다. 주문을 하고 나서 돌에 대해 물어보았다. 남자는 예전에 자기가 손수 탐석한 돌들이라고 했다. 근방의 수석산지에 대해서는 자기만큼 잘 아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가 알고 있는 산지는 봉계혹돌이었다. 이삼십 년 전에 수석꾼들이 활천의 상류인 내와리에서 산돌을 채취하던 이야기를 했다.
나는 홍옥석을 구한 경로에 대해 물었는데 자기가 구한 것이 아니라 돌아가신 부친이 물려 준 것이라고 했다. 돌아가신 부친은 살아계시면 올해 93세라고 했다. 백운산 청년단과 연결해서 보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어 보였다. 김재성 노인보다 11살이 적으니 해방 당시의 나이가 18세 밖에 되지 않는 앳된 청년이었을 것이다.
부친이 어떻게 홍옥석을 구하셨는지 들은 바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예전에 얼핏 듣기에 일본사람들이 이 돌을 캐낼 적에 몰래 훔쳐낸 사람들이 있었다고 했었던 것 같습니다.”
나는 귀가 번쩍 열렸다. 돌을 훔쳐낸 사람들은 지금 보훈처에서 찾으려고 하는 백운산 청년단원일 가능성이 높았다. 반곡 마을의 김용삼을 아느냐고 물었더니 모른다고 했다. 예전에 반곡에 살았던 김일환이란 사람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전혀 모르겠다고 했다.
“전읍 마을에 살았다고 하는데 일제강점기에 이곳 두서면사무소에 근무하다가 일본으로 건너간 사람이 있었는데 이름은 김재성이라고 한답니다. 혹시 들어 본 적이 있나요?”
“나는 모르겠습니다.”
“그럼 해방되기 전에 일본인 순사가 서석곡에서 살해되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습니까?”
“그 이야기는 어려서 들었던 것 같아요. 독립군들이 그랬다고 했어요.”

그제야 끈이 닿을 듯한 대답이 나왔다. 그러는 사이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시골식당에 어울리게 차돌배기를 넣은 청국장이었다. 구수한 청국장 냄새가 식욕을 자극했다. 음식을 먹어야 했으므로 주인과의 대화는 더 이상 할 수가 없었다. 나는 부지런히 수저를 놀리면서도 흘끔흘끔 홍옥석을 훔쳐보았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 계산을 하면서 주인남자에게 명함을 건네주었다. 혹시라도 홍옥석에 관해 들려줄 이야기가 있으면 전화를 해달고 부탁했다. 남자는 명함을 받아 한참을 들여다보더니 아무 말도 없이 계산대 아래의 서랍에 넣었다. 다시 찾아와 보아야 더 이상 얻을 게 없어 보였다.
식당에서 나와 봉계로 갔다. 봉계 마을 입구에서 초락당 한의원을 찾아갔다. 대곡댐 수몰 전에 백련정을 옮겨 놓은 곳이었다. 백련정은 경주최씨 문중의 소유여서 공공용지가 아닌 개인 소유의 한의원에 옮기게 된 것이다. 20년 전에 보았던 백련정의 모습은 전혀 기억에 남아있지 않았다. 그때 당시에는 큰 관심을 가지지 않고 대충 보아왔던 탓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