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붉은 도끼[109]]12부. 사랑은 어디에서 오나(11) - 글 : 김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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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붉은 도끼[109]]12부. 사랑은 어디에서 오나(11) - 글 : 김태환
  • 경상일보
  • 승인 2024.10.2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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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지에 있어서 바깥 쪽에 굵은 기둥을 세우고 지은 모양은 기억이 났다. 그러나 사방이 틔어있는 줄 알았던 건물에는 양쪽으로 방이 두 칸 들어가 있었다.

예전에 빼어난 경관을 지닌 강가에 있던 때의 운치는 찾아볼 수 없었다. 개인이 운영하는 한의원 안이라 오래 구경할 수도 없어 바로 되돌아 나왔다. 시간이 오후 두 시가 훨씬 지나있었다. 바로 암각화 박물관으로 갔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온 직원들은 한가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평일이어서 관람객은 한 명도 없었다.

오전에 보았던 붉은 돌도끼 앞으로 바로 찾아갔다.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는데 아무래도 본래의 색을 담기 힘들었다. 분명 붉은 색이긴 한데 황토빛이 많이 섞여 있는 붉은 색이었다. 미호천에서 주운 홍옥석이나 김인후에게서 받은 돌도끼의 색감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똑같은 재질이었는데 오랜 세월 땅속에 묻혀 있어서 변색된 것인지 몰랐다. 실물을 만져보기 전에는 홍옥석인지 비슷한 붉은 돌인지 가늠할 수 없었다.

나머지 일층의 전시물을 둘러보고 이층으로 올라갔다. 이층은 천전리 서석 문양에 대해 심도 있게 설명을 해놓았다. 문양의 해석이 학술대회에서 들었던 것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발견된 지 5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어도 신라시대에 한문으로 기록된 명문은 해석을 거의 완벽하게 해 놓았지만 동심원이나 마름모꼴 등의 원시문양에 대한 해석은 한 발자국도 진전이 없는 상태였다. 아마 백 년이 지난다고 해도 진전이 없을 듯했다.

나는 천전리 암각화 전체를 모형으로 만들어 놓은 곳 앞에 서서 호흡을 가듬었다. 지긋이 눈을 감고 김재성 노인의 기록에 나온 상황을 음미해 보았다. 김일환이란 사람이 마츠오라는 일본인 순사와 김재성이란 조선인 면서기 앞에서 암각화 문양을 읽어내는 광경을 상상해 보았다.

맨 윗부분의 겹마름모문양이 다섯 개가 연속되어 있는 것은 다섯 개 마을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하나 비스듬히 아래쪽에 있는 겹마름모꼴 하나는 연안에서 고래잡이를 하는 마을이라고 했다. 반구대 암각화가 시기적으로 앞서 있다는 것은 고래잡이의 번성기가 지난 시점에 농경이 주를 이루며 천전리 암각화를 새기지 않았나 짐작이 되었다. 농경이 본격화 되면서 고래잡이는 점점 쇠퇴해 가고 있었을 것 같았다. 나는 문양 중에서 특이한 두 점을 찾아냈다. 하나는 사흘이라는 이야기의 주인공 격인 남자를 가리키는 문양과 남의 아내를 탐하지 말라는 뜻을 지닌 문양이었다. 김재성 노인이 좀 더 자세하게 설명을 해 놓았더라면 김일환이라는 남자가 읽어낸 암각화 내용을 알 수 있었을 텐데 기록만 가지고는 완벽하게 재현해 내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이층 전시실에서만 두 시간을 넘게 보내고 있었다. 아내는 처음에는 함께 관람을 하다가 흥미를 잃어버리고는 아래층으로 내려가 의자에 않아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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