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학년을 시작하며 1·2학년을 대상으로 기초학력 진단검사를 시행했다. 전년도에 비해 기초학력 기준 미도달 학생이 늘어나 심각하게 느껴졌다. 학교는 ‘기초학력 증진 프로그램’과 ‘중등 맞춤형 교과보충 프로그램’을 기획해 학생과 학부모에게 안내했으나,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은 전체의 30%에 불과했다. 두 달 뒤 실시한 기초학력 향상도 검사에서도 학생들의 의미있는 향상이 쉽지 않았다. 기초학력 부족의 심각성에 눈이 뜨이는 순간이었다.
학생과 학부모의 동의 없이는 학교가 방과 후 프로그램을 추진하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학교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했다. 교장 선생님을 중심으로 각 부서와 담임 선생님들의 협력을 이끌어 ‘학생맞춤성장지원센터’를 조직했다. 이를 통해 모든 교직원이 협력하며 학생의 학습 능력과 가정 상황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을 목표로 했다. 학교의 거의 모든 부서가 협력하는 과정에서 교사들 역시 각자의 역할을 재정립하며 업무의 중요성을 다시금 인식했다.
2학기에는 교육청의 예산 지원으로 ‘사교육 부담 없는 학교·지역을 위한 방과후 다양화 사업’도 운영했다. 국어·수학·영어는 수준별 선택이 가능해졌고, 사회탐구·과학탐구의 세부 과목도 구성돼,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수업을 복수로 신청할 수 있게 되었다. 학부모님의 사교육비 부담은 덜고, 학교 내에서의 학습이 방과 후에도 이어지며 학생들은 학교 수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학생들은 진로·진학 부장님으로부터 개인 맞춤형 일대일 진로·진학 컨설팅을 받고 있다. 이를 통해 학습의 방향과 올바른 공부 방법을 습득하며 1학년부터 꿈의 방향과 목표를 명확히 하고, 진학 준비를 집중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
학습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학업과 생활에서 겪는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학습심리코칭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외부 전문 상담 선생님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학생들은 그 동안 털어놓지 못했던 고민과 갈등을 표현하며 깊은 공감과 지지를 받았고, 스스로 내면의 감정을 인식하고 극복하는 경험을 했다. ‘수천 시간에 걸쳐 쌓인 장벽을 해체하는 시간이었다’는 한 학생의 소감에 학생들을 처음 만난 상담 선생님들은 표현하기 어려운 감동과 보람을 느꼈다.
한 번의 시도와 한 번의 수업으로 학교와 학생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작은 시도와 새로운 프로그램이 학생과 학교에 미치는 영향이 사소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학생 한 명 한 명의 소중함을 놓지 않으며, 학생들이 학업과 학교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을 깊이 이해하고 자신의 힘으로 극복하고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일, 그 작고 소중한 도전을 학교 현장에서 계속 이어가야 할 것이다.
김건희 대송고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