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일보 10000호 기고]만…10000…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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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일보 10000호 기고]만…10000…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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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10.3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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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모 울산 대송중학교 교사

경상일보가 1만호를 맞는다. 1989년에 창간됐으니 어느새 35년이 되었다.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영원한 것은 없다, 작심삼일 등 여러 말이 보여주듯 오랫동안 자기 역할을 해왔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35년 넘는 세월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신문을 발행하고 지역민들의 소식통과 문화 전파의 주축이 되어 왔다는 것은 울산의 자랑이다.

경상일보의 1만호를 축하하며 1만과 관련된 이야기가 떠올랐다. 이와 관련된 숫자는 당연히 10000이다.

한자로는 일만 만(萬)인데, 세종대왕 ‘배춧잎’ 지폐가 생각난다. 만원권은 1973년에 처음 발행되었다. 70년대 젊은 사원의 월급이 대략 4만원이었으니 만원은 매우 큰 돈이었다. 90년대 초반에는 일반 서민의 부조금이었다. 지금은 초등학생의 기본 세뱃돈으로도 살짝 모자라다는 소리가 나온다.

울산에는 아름다운 혼례 문화가 있다. 식사를 못 하고 가는 하객을 위해 혼주가 1만원을 담아 주는데, 이를 답례 봉투라고 한다. 울산에서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2000년대 1만원은 점심값으로 충분했기에 20년간 울산, 부산, 경상도에 미풍양속으로 퍼졌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만병통치약(萬病通治藥)에도 만(萬)자가 들어간다. 가정이 화목하면 정확히 딱 10000가지 일만 잘되고, 10001번째 일은 망하나? 10001째 병은 못 고치나? 아니다. 여기서 만(萬)은 숫자의 개념이 아니라 ‘모든 일’을 의미한다. 그래서 모든 만물을 일컫는 사자성어 삼라만상(森羅萬象)에도 만(萬)자를 쓴다.

만국박람회(萬國博覽會), 만국평화회의(萬國平和會議), 萬國旗(만국기)를 보자. 만국박람회는 오늘날 세계 엑스포이며 한국은 1993년 꿈돌이를 앞세워 대전에서, 2012년에는 전남 여수시에서 세계 엑스포를 개최했다. 만국평화회의(萬國平和會議)는 1907년 헤이그 특사들이 참가하려한 국제행사였다. 평화 구호는 국제사회 힘의 논리에 처참히 밀렸고, 목적 달성 실패, 특사들의 죽음, 고종 강제 퇴위라는 슬픈 결과로 이어졌다. 만국기는 학교 체육대회에서 많이 보이는데, 이는 아침 6시30분에 출근하여 만국기를 다는 체육 교사 덕분이다.

그런데 일만 만(萬)은 가득찰 만(滿)과 헷갈릴 때가 있다.

벚꽃 만개(滿開), 만기출소(滿期出所), 야심만만(野心滿滿), 임산부 만삭(滿朔), 건강의 적 비만(肥滿)에서 보이는 한자 말이다.

‘그럴 리 만무(萬無)하다’ ‘행사 준비에 만전(萬全)을 기하다’에 대해 사전을 찾아보니 만(滿)이 아니라 만(萬)이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점수인 만점(滿點), 사격에서 퍼펙트 만발(滿發)에는 의외로 만(萬)이 아니다. 이처럼 ‘모든’을 의미하는 萬, ‘가득 차다’를 의미하는 滿 두 글자에는 어느 정도 의미가 중첩된다.

경상일보의 1만호처럼 프로야구에서도 1만호가 있었다. 홈런 기록인데 롯데 용병 호세가 1999년 5월10일 사직구장에서 달성했다. 딱 10분 전에 해태 양준혁이 9999호 홈런을 쳤다. 상품이 금덩어리였기에 양준혁은 입맛을 다셨다. 그런데 여기에 일화가 있다. 한 달 전 4월21일 한화 송지만이 홈런을 쳤지만 홈 베이스를 건너뛰고 지나갔기에 홈런 취소, 3루타가 되었다. 송지만의 한 달 전 실수 때문에 1만 호 홈런 기념 황금볼, 황금배트의 주인이 양준혁에서 호세로 바뀐 것이다. 당연히 송지만, 양준혁은 불만족(不滿足)스럽고, 나름 불만(不滿)이 있었을 것이다.

이렇듯 1만이 주는 상징성은 대단한 것이다. 0에서부터 차곡차곡 쌓아 올려 10000이라는 숫자를 채우기까지 경상일보가 그동안 보여준 창간 정신은 울산 성장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 1만호에 녹아있는 경상일보의 사명감과 전 직원들의 노고에 다시 한번 더 박수 쳐 주고 싶다. 앞으로도 1만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10만호, 1000만호가 되기까지 경상일보만의 차별화된 이야깃거리로 울산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지역신문이 되어 주기를 한 명의 독자로서 희망한다.

김경모 울산 대송중학교 교사

※외부원고는 본보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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