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조경협회 10주년 기념 선진지 답사 중 경기도 광주의 ‘화담숲’을 찾았다. 화합할 화(和) 이야기 담(談)이라는 이름처럼 화담숲은 자연과 인간이 하나 되어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는 곳으로, 한국의 전통 정원과 현대적 조경이 어우러져 있었다.
일행은 입구에 새로 개관한 ‘화담채’로 먼저 안내를 받았다. 별채에서 화담숲의 사계를 담은 환상적인 미디어아트를 관람한 후, 팽나무가 돋보이는 정갈한 중정을 지나 본채의 예술작품들을 감상하며 화담숲의 여정을 시작했다.
코스별 맞춤형 투어가 가능하다는 점도 이곳의 매력이다. 모노레일을 타고 오르니 사방으로 펼쳐진 단풍 숲이 장관을 이루었다. 남부에서는 보기 힘든 자작나무 숲을 지나며 탄성이 절로 나왔다. 모노레일에서 내려 테마별 정원을 구경하며 걸어 내려왔는데, 어느 한 곳이라도 놓칠 세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길가에 수줍게 핀 구절초, 돌담을 따라 소담하게 핀 야생화와 순백의 무궁화꽃이 무리지어 핀 정원, 세심한 손길로 다듬어진 소나무 정원, 물소리 시원한 벽천과 연못, 정겨운 한식 담장과 모퉁이 돌담, 자연을 가까이서 느끼고 교감할 수 있도록 동선을 따라 배려된 정원의 요소들이 자연과 함께하는 삶의 리듬을 상기시키는 듯했다.

화담숲이 특별한 이유는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친환경적인 접근방식에도 있다. 산책로는 계단 대신 경사로로 조성되어 있어 장애인이나 노약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숲 곳곳에 벤치와 쉼터가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 배치되어 있다. 경사진 숲 덕분에 오히려 식물을 가까이 살펴볼 수 있었고, 더운 날씨에도 나뭇잎 하나하나에 스며든 빛과 그늘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어 여느 정원과는 다른 풍경과 쾌적하고 다채로운 체험으로 기억된다.
9월의 화담숲은 마치 개성 강한 악기들이 각자의 소리를 내면서도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내는 오케스트라의 협주곡을 들은 듯한 감동으로 남아있다.
정홍가 (주)쌈지조경 소장·울산조경협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