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147)]홍일점(紅一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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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계절한담(閑談)(147)]홍일점(紅一點)
  • 이재명 기자
  • 승인 2020.04.0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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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논설위원
지난 4일은 청명(淸明)이었고 5일은 한식(寒食)이었다. 날씨가 좋다는 뜻의 청명은 집수리, 묘자리 고치기 등 겨우내 미뤄두었던 일들을 한꺼번에 해치우는 날이다. 또 봄 나들이가 한창일 때이기도 하다. 산에는 산벚꽃이 하얗게 터지고 온 산은 연두빛으로 물든다. ‘청명에는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난다’고 할만큼 땅의 생명력이 왕성한 시기다. 특히 청명절 개화하는 살구꽃은 홍조띤 소녀의 볼 같이 수줍기만 하다.



청명 날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淸明時節雨紛紛)/ 길 가는 나그네 애간장 끊어진다(路上行人欲斷魂)/ 목동을 붙잡고 술집이 어디냐고 물어 보았더니(借問酒家何處有)/ 목동이 손 들어 멀리 살구꽃 핀 마을을 가리키네(牧童遙指杏花村)…… ‘청명’(두보)



바람에 벚꽃이 눈처럼 떨어지는 요즘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바로 복사꽃이다. 복사꽃은 살구꽃과 함께 온 산천을 울긋불긋하게 수놓는다. 그 배경에는 연두빛 새싹들이 파릇파릇 올라온다.



어린 초록가지 끝에 붉은 한 점(嫩綠枝頭紅一點 눈녹지두홍일점)

설레는 봄빛은 많다고만 좋은 것은 아닐세(動人春色不須多 동인춘색불수다)



중국 송나라 휘종황제는 시와 그림을 좋아했다. 어느 날 그는 화공들에게 진선이라는 시인이 쓴 시를 화제(畵題)로 그림을 그리게 했다. 대부분 화공들이 늘어진 가지 끝에 맺힌 붉은 꽃망울 하나씩을 그렸다. 그러나 모두 입선하지 못했다. 그런데 정작 일등으로 입선한 작품은 화면 어디에도 붉은 색을 쓰지 않았다. 언덕 은은한 곳에 그림같은 정자가 있고 그 정자 난간에 한 소녀가 수줍은 듯 서 있는 모습을 그렸을 뿐이었다. 당시 여성을 더러 ‘홍(紅)’으로 표현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홍일점(紅一點)은 이렇게 유래됐다.

유상앵비(柳上鶯飛)는 편편금(片片金)이요, 화간접무(花間蝶舞)는 분분설(紛紛雪)이라. 삼춘가절(三春佳節)이 좋을씨고, 도화만발 점점홍(桃花滿發點點紅)이로구나.

-버드나무 위에 나는 꾀꼬리는 마치 금조각 같고, 꽃 사이에서 춤추는 나비들은 어지러이 날리는 눈송이 같구나. 아름다운 이 봄철이 참으로 좋을씨고, 복숭아 꽃이 만발해서 여기저기 붉었구나.(유산가 中)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그런 봄날이다. 이맘 때가 되면 까닭 없이 눈물이 난다.

이재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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