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은 석유화학, 비철금속(배터리 소재) 등 주력 제조업 모두 중국과 밀접한 교역 관계로 인해 공급망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 나왔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경쟁 심화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지역 주력 산업이 가진 공급망의 취약성을 극복하지 못할 경우 언제든지 리스크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음이다.
최근 한국은행 울산본부가 외부 전문가와 공동으로 울산 산업의 공급망 구조 및 취약성을 분석한 결과, 석유화학 산업은 중국의 자급률 강화와 가격경쟁력 우위로 인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자동차 산업은 중국의 전기차 핵심부품인 배터리 공급망 경쟁우위를 바탕으로 한 수출 및 글로벌 투자 확대로 인해 해외시장에서의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수입 측면에서 대중국 수입 의존도와 최근 중국의 수출 허가 관리 품목 등을 기준으로 8개 대중국 수입 취약품목으로 선정됐다. 전기차 및 배터리 관련 5개 품목을 비롯해 자동차용 범용 부품 관련, 석유화학 관련 등 모두 지역 주력산업과 관련된 품목이다. 대중국 공급망 리스크 발생 시 이들 품목을 사용하는 기업은 물론 산업의 위기로 전이될 소지가 크다는 의미다.
울산은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2022년 지역내 총생산 중 제조업 56%)로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은 무역중심 도시다. 2023년 기준 17개 시·도 중 수출 비중은 2위, 수입 비중은 4위(비수도권 제외 1위)로 최상위권이다. 경제 비중을 고려한 울산의 상대적 수출 배수(수출 비중/GRDP 비중·2022년)는 3.3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이런 산업 구조 탓에 경기변동성이 높고, 고용시장의 불안전성도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울산은 최근 조선업이 지난 10년간의 불황에서 벗어나자마자 석유화학 산업이 위기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날 3분기 실적을 발표한 SK이노베이션과 S-OIL은 각 4000억원 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또 주력산업이 성장정점을 찍은 탓에 다른 산업의 위기 가능성도 상존해 있다.
위기는 예측할 수 없지만, 예고된 위기는 언젠가 현실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위기는 늘 반복되기 때문이다. 전문기관의 연구가 사장되지 않고 실제 정책 수립 및 실천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울산시와 관련 기업은 공급망 리스크 경고음을 엄중히 받아들여, 체력을 기르고 대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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