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재선충병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울산은 경북, 경남에 이어 세번째로 피해목이 많은 지역으로 조사됐다. 최근 울주군 등지를 둘러보면 붉은색으로 죽어가는 소나무들이 곳곳에 눈에 띈다. 어떤 지역은 산 전체가 붉은색으로 변하고 있다.
소나무는 우리나라 산림의 23%를 차지한다. 소나무는 특히 우리 민족이 옛날부터 아끼고 사랑해온 나무로, 소나무 없는 산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런데 그 앞산 뒷산의 소나무들이 매일매일 죽어나가니 시민들은 초조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이와 관련, 김두겸 울산시장은 최근 “재선충병 확산 방제를 위해서는 재선충병 특별방제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국가재난 차원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관련 법령 개정과 재난안전특별교부세 지원 등을 건의했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전국에서 재선충병으로 고사한 소나무는 총 37만8079그루였다. 그러던 것이 2023년에는 106만5067그루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는 현재까지 89만9000여 그루가 죽은 것으로 집계됐다. 울산은 최근 5년간 26만7697그루가 감염됐으며, 울주군은 올해 소나무재선충병 ‘극심’ 지역에 포함됐다. 이에 시는 지난해 방제비용으로 145억원을 투입한데 이어 올해는 321억7800만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방제비용은 대부분 지방비여서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와 내년 상반기 투입될 예산 321억7800만원 가운데 국비는 63억6700만원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울산시가 32억1100만원을, 울주군이 226억원을 부담한다. 이 가운데 시는 내년 4월까지 울주군지역 15만그루 등 모두 16만6000그루를 제거할 방침이다. 재선충병의 완전 방제는 현재로선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에 따라 산림청은 피해가 특히 극심한 특별방재구역은 수종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감염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진행됐을 경우 소나무 대신 다른 나무를 심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오는 19일 산림청은 청장 주관하에 울주군 지역을 직접 돌아볼 계획이라고 한다.
이번 재선충병 확산은 누가 뭐래도 정부의 방심과 예산부족이 초래한 것이다. 이번에 산림청장이 직접 현장을 방문한다고 하니, 좀 더 구체적인 대책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감염 소나무를 다른 수종으로 바꿀 것인지, 아니면 집중적인 예산 투입을 통해 제대로 관리할 것인지 가부간 판단이 있어야 할 것이다. 온 국토를 황폐화시키고 있는 재선충병은 이제 국가적인 관심사가 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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