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수님께서는 여기 어쩐 일이십니까? 안 그래도 한 번 찾아뵈려던 참이었습니다.”
“저도 작가님을 뵙고 싶었습니다. 저번에 말씀하신 붉은 돌에 대해 좀 더 알아볼 게 있어서요. 그게 작가님 말씀처럼 암각화를 새기는 도구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은 충분한데 유물로 내려온 것이 없어서요.”
나는 암각화 박물관에 삼정리에서 출토된 붉은 색 돌도끼가 있다고 말해 주었다. 그리고 암각화를 새기던 시절에서부터 지금까지 사람의 손에서 전해내려 온 돌도끼가 있다고 말해주었다. 이하우 교수는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런 유물이 어디에 있단 말입니까?”
“제가 임시로 보관하고 있는데 오늘 전시를 하는 유리란 분하고도 연관이 있는 물건입니다. 좀 있으면 주인이 여기 오실 것인데 그때 보여드리겠습니다.”
잠시 후에 관장실 문 밖이 소란스러웠다. 직원이 관장실 문을 열자 한 떼의 사람들이 문 밖에 서 있었다. 그 중에는 암각화 최초 발견자로 이름이 올라 있는 문명대 교수도 있고 나와 같은 울산소설가 협회의 이양훈 소설가도 있었다. 이양훈 소설가의 옆에는 백발의 할머니 한 분이 서 있었다. 나는 직감으로 오늘 전시회의 주인공인 화가라는 걸 알아보았다. 이양훈 소설가는 울산지역의 역사나 문화예술분야에 깊은 지식을 가지고 있어 울산을 방문한 외국인들의 안내는 도맡고 있었다. 특히 일본어에 능숙했다.
직원은 갑자기 관장실로 많은 사람이 몰리자 난색을 지었다. 코로나 19방역지침에 따라 사람이 한꺼번에 몰릴 수가 없으니 모두 세미나실로 장소를 옮겨 달라고 했다.
나는 이양훈 소설가에게 눈인사만 나누고 곧장 세미나 실로 자리를 옮겼다. 이양훈 소설가와 유리 여사만 관장실에 남고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세미나 실로 자리를 옮겼다. 세미나 실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서 자리에 앉아 있었다. 오영수 문학관 댐 탐방 팀들도 앞 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윤원기 수자원공사 차장도 관장의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김인후도 구석진 자리에 혼자 앉아 있었다. 나는 뒷자리에 나란히 앉아있는 김은경 시인을 보고 깜짝 놀라 몸이 굳어졌다. 김용삼이 맨 가에 앉고 그다음에 김은경 시인이 앉아 있고 다음에 김동휘가 앉아 있었다. 내가 놀란 것은 김동휘 바로 옆에 앉아 있는 아내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아내가 이곳에 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 더구나 어떤 연유로 김동휘의 옆자리에 앉아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천천히 아내에게 걸어갔다.
“전화라도 하고 오지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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