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문신에 숨겨진 의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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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문신에 숨겨진 의료이야기
  • 경상일보
  • 승인 2024.11.06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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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성현 울산병원 이사장

요새 문신은 상당히 흔하다. 패션처럼 보이는 작은 것부터 전신을 다 덮는 문신까지 크기도 다양하며, 가볍게 지워지는 헤나부터 그 종류도 다양하다. 사회적 인식도 부드러워져서 예전엔 폭력배들이나 하는거라 생각됐지만 이젠 다르다. 아직까지 터부시 되는 분야도 당연히 있다. 필자는 병원일을 10년 넘게 하며 문신을 한 종사자를 딱 한명 봤는데, 잠깐 일하다 그만둔 간호사로 앞팔 부위에 작은 문신이 있어 신기했던 기억이 있다. 그만큼 이 분야는 대하는 환자분들의 연령대가 다양하기에 그런 용모를 삼가토록 하는 분위기다.

이 문신, 타투에도 의료와 연관된 재밌는 속사정이 있는데, 오늘은 가볍게 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뜬금없는 질문일 수 있지만, 문신은 합법일까? 답은 그렇다이다. 문신을 본인 몸에 새기는 행위, 다른 누군가에게 시술하는 행위 전부 법에 어긋나지 않는다. 그런데 주변에 보이는 문신을 한 사람들의 아마도 대부분은 우리나라 현행법에 따르자면 불법의료행위, 불법시술을 받았을 것이다. 그 판단기준은 시술 행위의 주체다. 대법원에선 1992년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로 규정했다. 그렇기에 만약 의사가 아닌 사람이 문신 시술을 한다면 의료법과 보건범죄단속법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후 시간이 흘러 현실과 맞지 않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이 되었으나 2022년 합헌 결정이 나며 여전히 의사가 아닌 사람이 문신시술을 하는건 불법의료행위다.

하지만 현재 병원에서 문신 시술을 받는 사람은 극히 드물고 필자도 본 적이 거의 없다. 통계상 1% 정도라고 하는데 눈썹문신 정도를 제외하면 문신을 하는 병원도 필자는 사실 못 봤다. 그 눈썹문신 역시도 그냥 미용샵에서 했다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법적판결이 난지 30년이 지났지만 여전한 정도가 아니라 상황은 법과 반대로 계속 흘러간 것이다.

그렇다고 이게 법적 테두리를 아예 없애야 하는가 묻는다면 것 또한 역시 애매하다. 피부에 특정물질을 집어넣는 것이므로 피부감염 문제가 일단 걸린다. 시술장소, 기구의 청결함을 공인된 기관이 특정 기준으로 점검하고 있지도 않다. 피부에 집어넣는 염료 가운데 일부가 발암물질이 있다는 말이 도는 등 안전성도 의문이다.

이렇게 명확한 규정이 없는 상황이기에 염증 등으로 인한 피해자가 발생할 가능성은 언제든 있다. 현실이 이렇다면 차라리 의료행위가 아니라 제도적으로 보호될 수 있도록 타투이스트들을 합법화해달라는 요청이 계속 있어왔지만 앞서 말한대로 현재는 아니다.

반면, 타투이스트가 처벌을 받는 경우도 흔하지 않다. 당장 인터넷으로 검색만 해봐도 눈썹문신을 한다며 광고하는 샵들이 수두룩하고, 그림 문신 역시 간판을 걸어두고 영업하는 곳들이 많다. 하나 더 재밌는건 문신업은 국세청에 사업자등록신고를 할 수 있는 직업이지만, 신고 후 영업하는 곳은 많지 않다고 한다. 불법이 되기 때문이다. 모순이다.

의사들은 그렇다면 왜 문신 시술을 안할까? 그림 문신은 그 자체만 놓고 보면 의학보다 차라리 미술에 가깝고 만드는데 시간도 상당히 오래 걸린다. 그림의 퀄리티를 중시하기에 그게 의학적 실력과 연관되는게 아니다. 게다가 의사입장에선 그리 오래 시간을 들이는 것에 비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이 많다고 볼 수 없기에 굳이 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문신을 예로 들었지만, 사실 의료행위의 범위에 들어가는 것들 중엔 이런 애매한 구석을 가진 것들이 있다. 언젠가 다뤄져야 하지만 우선순위가 계속 밀리다보니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들이 상당히 많다. 현재는 더더욱 여유가 없을 것이다. 어서 상황이 나아져서 이런 문제들을 논의할 시간이 다시 오길 바랄 뿐이다.

임성현 울산병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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