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로를 달리면 시골집 지붕 위나 밭둑에 주홍 색 감들을 가득 달고 있는 나무를 보게 된다. 나무에 달린 감 홍시는 유독 달았다. 홍시의 달달함으로 달감(甘) 한자에서 감나무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감나무를 당산나무로 삼은 마을이 있어 소개한다. 울주군 범서읍 입암마을이다. 물이 부족했던 탓에 감나무가 유독 많았던 마을이라 한다. 울주군 입암리 672-6에는 4그루의 감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두 그루는 애기감나무처럼 열매가 길게 자라는 토종감이고 다른 나무는 넓적감이라고 한다. 주말 찾았을 때 감은 몇 개 안 달려 있었다. 당산 나무의 뿌리부분의 둘레는 3.4m, 가슴 높이에서 2m, 1.15m, 1.2m, 0.8m 크기의 다양한 가지들이 사방으로 자라고 있다. 제당 뒤쪽에는 가슴높이 1m의 나무와 2.25m크기 나무가 있다. 제당 앞쪽에는 밑동이 주걱모양으로 구멍 나 있는 1.2m 크기의 나무도 함께 있다.
매년 정월 대보름날 자정에 골매기 할배나무에 제를 모신다. 예전에는 동네 논에서 나온 기금으로 제수를 마련했으나 동답을 매각하고 이제는 마을 기금으로 이장이 음식을 마련하고 제주가 되어 정월대보름날 0시에 제를 지낸다. 정월대보름날 아침에 음복을 하고 오후 달집에 제 지낼 때 쓴 금줄과 소원지를 걸어 달집과 함께 태운다고 한다.

검은 기와와 흙벽돌로 된 소박한 제당이 ‘동사당’(洞祀堂)이라는 간판과 함께 붉은 벽돌에 기와를 올린 신식 제당으로 몇 년전 증축되었다. 당초 남쪽으로 있던 문이 동쪽으로 바뀌었다고 주민은 설명했다. 아울러 바닥이 콘크리트로 포장이 되면서 감나무꽃도 빨리 피어 떨어지고 감들도 익지 않고 빨리 떨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범서는 감이 유명하다. 동네를 지켜온 오래된 토종 씨앗들이 지켜지고 건강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면 한다.
윤석 울산시 환경정책과 주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