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붉은 도끼[118]]13부. 흐르는 물(9) - 글 : 김태환
상태바
[연재소설/붉은 도끼[118]]13부. 흐르는 물(9) - 글 : 김태환
  • 경상일보
  • 승인 2024.11.07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냥 갈 데가 없었어요.”

“어머 사모님이세요?”

김은경 시인이 아는 체 하고 나섰다. 나는 세 사람에게 아내를 소개시키지 않을 수 없었다. 김동휘와 아내가 서로 손을 잡지는 못하고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나누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내 가슴이 마구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사모님이 미인이시네요.”

김동휘가 아내가 들으라고 나에게 한 말이었다. 나는 아내와 김동휘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30년을 넘게 살아온 아내의 모습은 거실 벽에 수십 년 동안 걸려있는 벽시계처럼 편안한 느낌이었다. 어쩌면 편안하다 못해 내 몸의 일부인 것 같기도 했다. 그런 아내와 한 이불을 덮고 자면서도 다른 여자를 그리워했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신기한 것은 두 여자가 우연히 한 자리에 앉게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운명의 실타래가 어떻게 얽혀 있는 것인지 기가 막혔다. 나는 어색한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아내에게 점심은 먹었는지 물어보았다. 아내는 경쾌한 목소리로 집에서 먹고 왔노라고 대답했다. 나는 아내의 옆자리에 가서 앉았다.

잠시 후에 박물관 관장이 나와서 유리 화가의 전시회 개막식를 시작했다. 먼저 주인공인 유리 화가를 소개했다. 유리 여사는 단상에 나와 간단한 인사를 했다. 물론 이양훈 소설가가 그녀의 인사말을 통역했다. 박물관장은 원래 박물관에서 그림 전시회를 한다는 것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작가의 그림이 모두 천전리 서석문양을 토대로 재해석 되어 그려진 것이기 때문에 받아들이게 되었다고 했다. 작가는 일본인이지만 언양에서 태어났고 지금은 수몰되어 있는 대곡댐 안에 있던 백련정에 대한 추억도 간직하고 있어 꼭 대곡박물관에서 전시회를 열고 싶어 했다는 것이었다.

다음으로 반구대 암각화 발견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문명대 교수의 축사가 있었다. 문명대 교수는 천전리 서석문양이 예술로 재해석 되어 나온데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문화 예술을 통해 암각화가 널리 알려져야 한다고 했다. 그런 면에서 한국인도 아닌 일본의 화가가 우리의 암각화를 소재로 그림을 그렸다는데 대해 더 고맙게 생각한다고 했다.

다음은 이하우 교수의 축사가 있었다. 이 교수는 반구대 암각화는 꼭 이곳에 거주하던 사람들로 한정 된 것이 아니라 동해를 무대로 포경으로 살아가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새겨진 것이라고 했다. 그러니 일본열도에서 포경으로 살아가던 사람들도 당연히 반구대 암각화에 찾아왔을 것이라고 했다. 반구대 암각화가 환동해권의 넓은 지역을 아우르는 장소였던 반면에 천전리 서석문은 농경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범위가 좁아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형산강을 끼고 있는 경주 포항으로 전달되어진 것이라고 했다.

천전리 서석문의 해석은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암각화들을 비교분석하며 풀어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산업수도 울산, 사통팔달 물류도시로 도약하자]꽉 막힌 물류에 숨통을
  • 대형 개발로 울산 해양관광 재도약 모색
  • KTX역세권 복합특화단지, 보상절차·도로 조성 본격화
  • 신입공채 돌연 중단…투자 외 지출 줄이고…생산직 권고사직…허리띠 졸라매는 울산 석유화학업계
  • 아마존·SK, 7조규모 AI데이터센터 울산에
  • 울산, 75세이상 버스 무료 교통카드 발급 순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