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을 사랑했던 집안에서 기증자는 합창단 활동을 했고 그 시절 귀한 메트로놈을 가지고 있었다. 추억이 가득하지만 울산의 생생한 역사가 가득한 집안의 물건들을 기꺼이 울산역사의 귀중한 자료로 활용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가져오셨다. 기증된 유물들은 울산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생활품들로 지역사를 조명하는데 아주 중요한 자료가 된다.
할머니의 유품인 유혜(油鞋)는 생가죽을 기름에 절여서 만든 신으로 진땅에서 사용하는 용도이다. 할머니가 시집 올 때 가져왔던 것으로 돌아가신 뒤 유품으로 소중히 보관했다고 한다. 할머니는 당시 울산군수의 딸로 독사진을 남길 정도로 명망있는 집안이었다. 할아버지가 사용했던 목재 재떨이는 담뱃재의 흔적과 물감의 흔적들이 남겨져 있어 미술을 하는 아버지가 할아버지의 유품을 활용했던 것을 알 수가 있었다. 목재 재떨이에 균열이 갔지만 쇠붙이로 연결하여 잘 보관했다. 울산 미술계에서 큰 활약을 하셨던 아버지가 남긴 제1회 울산공업축제 미술분과 도장은 울산공업축제를 재조명하는 자리에 단골 유물로 전시되고 있다.
기증유물 중 <노래의 메아리>라는 책자가 있다. 기증자가 1970년 학성여중 재학시절 합창부 수상 기념으로 제작한 것으로, 가사와 악보 300곡이 실려 있고 1970년 9월25일에 발간되었다. 1960년대 이후 울산시민들로 구성된 합창단의 활동이 활발했고 울산초등학교부터 직장인들까지 합창단이 많이 조직되었다. ‘울산큰애기’ 합창곡은 너무도 유명하여 합창단 부흥에 큰 힘이 되었다.
기증된 책자는 1970년 합창문화와 울산교육문화까지 동시에 살펴볼 수 있고 수상기념 한정판으로 시중에 볼 수 없는 희귀한 책자로 더욱 가치가 있었다. 기증자는 종종 박물관을 방문하여 기증유물이 잘 전시되고 있나 관심을 꾸준히 가져주신다. 기증 증서에 서명할 때 이름만큼 고운 글씨체는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어 유물을 볼 때마다 감사한 마음과 함께 떠올리게 된다. 최영하 울산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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