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화 원피스를 보며 ‘바다의 해적이 되리라’ 꿈을 키웠던 아이는 어느덧 바다의 안전을 지키는 해양경찰의 청년인턴이 됐다. 바다 가까운 곳에서 태어나 자란 아이는 넓은 바다를 궁금해했다. 만화는 그런 아이에게 바다의 환상을 심었고, 넘쳐버린 호기심은 ‘해양경찰 청년인턴’으로 만들었다. 바다에 대한 허황한 꿈으로 가득 찬 아이가 자라나, 해양경찰 구성원으로 일하며 느낀 ‘바다’를 적어보고자 한다.
어릴 적부터 영상 제작과 포토샵 등을 배우며 전공 이론 지식을 쌓았다. 한 종합편성채널에서 근무하게 되었지만, 방송보다 홍보를 하고 싶다는 꿈으로 그만뒀다. 하지만 꿈과 열정만으로는 청년이 사회에서 바로 설 기회는 거의 없었다. 그러던 중 윤석열 정부가 청년인턴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큰 스펙 한 줄 없는 청년은 정부의 국정과제를 기회로 도전을 시작했다.
총 3번의 청년인턴으로 근무하며 적극적으로 역량을 키우고자 노력했고, 제도의 최대 수혜자라고 느낄 정도로 실질적 업무 능력이 크게 향상했다.
해양경찰 인턴의 부서 배치는 개인의 역량을 토대로 이루어졌고, 필자는 정책홍보실에서 근무를 하게 됐다. 단순 사무업무 보조 지양 및 업무 만족도 향상을 위한 결정이었다.
해양경찰청은 청년인턴의 효율적인 업무수행을 위해 해양경찰교육원에서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다. 해양경찰의 업무 등을 교육하며 한 나라를 책임지는 청년에게 희망과 용기를 심어줬다. 그리고 이 시간이 있었기에 관할서 업무에 빠른 적응이 가능했다.
만화 속 바다는 일렁이는 물결이 아름다운 곳이었다. 그래서 연안사고 위험성 인식과는 별개로 삶에 연결 짓기는 어려움이 있었다. 바다를 친구라 말하는 만화를 보며 바다에게 말을 걸어보는 아이에겐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인턴 근무 기간 동안 바다에서 일어나는 각종 해양사건을 접하게 되었고, 바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더위가 한창이던 어느 날, 급박한 목소리가 무전을 타고 들려왔다. 예인선이 침몰했다는 목소리와 각종 수신이 오고 갔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무전에 상황의 심각성을 느꼈다.
비상이 걸린 해양경찰서도 분주히 움직였고, 몇 달이 지난 지금도 그날의 감정이 생생하다. 연안사고 위험성을 처음으로 체감하였고, 친구 같기만 하던 바다 속 검은 심해의 두려움을 깨닫게 되었다.
경비함정을 타고 바다를 나갔던 적이 있다. 잔잔한 날이었지만, 배는 사정없이 요동쳤다. 하지만 매일 바다에서 숱한 경험을 한 직원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업무에만 집중했다. 찬란히 반짝이는 파도 조각은 그들에겐 두려움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그 날 해양경찰의 뒷모습은 만화 속 주인공 같았다. 꿈을 위해 바다를 돌아다니는 주인공보다도 오로지 국민을 위해 바다를 돌아다니는 모습이 멋져보였다. 그들이 가진 사명감의 무게를 사랑하게 된 순간이었다. 해양경찰 청년인턴의 끝에서 깨달음을 느낀다. 청년들이 느끼는 이 세상도 바다와 닮아있다. 필자가 깨달은 바다는 만화처럼 멋지기만 한 것도 아니었고, 가끔은 더 따스하게 받아주지 않는 바다가 얄궂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필자에게 우연히 나타난 청년인턴은 눈 앞의 현실적 문제를 대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짧은 계약 기간 탓에 한 회사의 크고 작은 연간 행사 등을 전부 지켜보지 못한다는 점이 아쉽게 느껴졌지만, 이 역시도 만족했고 보람찼기에 느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바다의 주인공들과 함께했던 6개월 남짓 짧은 시간. 그 시간은 긴 항해를 시작도 하지 않은, 작은 배의 선장이 만났던 시원한 바다 내음 같았다고 마음을 전한다.
박정은 울산해양경찰서 청년인턴 기획운영과 정책홍보실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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