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은 물론 우리나라의 소중한 문화자산인 반구천의 암각화를 소재로 한 공연이라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았으나 성과와 아쉬움이 공존하는 무대였다.
공연은 남주인공 용이(정재화 분)와 여주인공 단이(오화라 분)가 반구천의 암각화 선사를 보며 서로 사랑을 속삭이는 것으로 시작했다. 용이와 단이는 그들의 2세인 카이(홍세미·김호성 분)를 갖게 돼 행복한 미래를 꿈꾼다. 그러나 콘폰사(진정원 분)의 계시로 용이는 단이를 두고 고래를 잡으러 바다로 떠난다. 용이가 떠나고 아부치 마을에는 굶주림이 찾아오면서 분란이 일어나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다른 부족의 침략까지 받는다.
공연은 많은 사업비가 투입된 만큼 규모 면에서 압도했다. 올해 울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연극 무대를 선보인 것은 이번 공연이 처음이다. 큰 규모의 무대인 만큼 그동안 지역 연극에서 봤던 무대 세트보다 화려하고 웅장했다.
총 23명의 많은 연극 배우들이 무대에 올라 뮤지컬 형태로 연극을 진행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무대 마지막 연극 배우들이 모두 무대에 올라 다함께 부른 곡 ‘반구대 암각화 선사에 새긴 뜻은’은 적지 않은 울림을 주었다. 시즌 단원제로 이번 공연에 합류한 청년 연극 배우인 타이 역의 정일주와 나니 역의 박미서의 활약도 눈에 띄었다.
이번 공연을 보고 타 지역에서 온 관람객들이 반구천의 암각화에 대해 관심을 가진 것도 고무적이다.
그러나 이번 공연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공연의 제목인 ‘반구천 암각화 선사(先史)에 새긴 뜻은’에 대한 해답이 명확하지 않았다.
지역의 한 문화예술인은 “울산의 문화자산인 반구천의 암각화를 소재로 뮤지컬 형태로 공연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이번 공연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또 무대 세트 전환으로 인한 잦은 암전, 극의 흐름이 연결되지 못하고 계속 끊기는 부분은 아쉬운 점으로 꼽혔다.
남주인공인 용이가 신의 계시를 받고 바다로 떠난 긴 시간 동안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 용이가 아버지로부터 어떤 가르침을 받았는지 등 구체적이지 않은 극의 전개도 아쉬웠다.
공연은 다른 부족의 침략으로 용이의 아버지인 아부치(김규열 분)가 사망하고 카이가 용이의 키만큼 훌쩍 큰 후에 돌아왔다. 용이는 남주인공이지만 중간 부분에서 어떤 등장도 없었다.
이외에도 남은 5번의 공연 동안 관객을 얼마나 동원할 지도 관건이다. 8일 공연에는 550여명의 시민이 공연장을 찾았다. 전체 객석(1555석)의 3분의 1 가량만 채운 셈이다.
시민 노모(55·울산 남구)씨는 “노래가 더 많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첫 공연이라 연극 배우들의 호흡이 맞지 않는 부분도 아쉬웠다”며 “다만 울산에서 보기 힘든 높은 수준의 무대 세트와 지역의 문화유산을 소재로 공연한 점은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
저작권자 © 울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