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연극제서 5차례 수상
지난 8일 찾은 창작연극 ‘반구천 암각화 선사(先史)에 새긴 뜻은’의 리허설 현장. 실제 공연처럼 진행되는 리허설 중간중간 전명수 대표는 마이크를 잡고 연극 배우의 위치, 영상, 조명 등을 직접 알려주거나 지시했다. 리허설이 끝나고 연극 배우들은 모두 무대에 올라 전 대표와 의견을 주고 받으며 공연의 완성도를 높여갔다.
대구 출신의 전 대표는 1980년 대구의 극단 원각사에 입단하며 연극을 시작했다. 그러다 1987년에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 취업하면서 울산과 인연을 맺었고, 이듬해인 1988년에 생업을 병행하면서 극단 ‘표현’을 창단했다. 이어 1989년 극단 푸른가시와 합단하고 1990년부터 10년간 극단 푸른가시의 대표를 맡았다. 이후 2001년 지금 대표로 있는 극단 ‘무’를 창단했다.
그동안 140여편을 연출한 전 대표는 처음부터 연출과 연극 배우를 겸임했다. 1990년부터는 연출만 하고 있다.
2000년 ‘뼈와 살’, 2007년 ‘이발사 박봉구’, 2008년 ‘해무’, 2011년 ‘전선 위에 걸린 달’, 2012년 Extra House’ 등 연출을 맡은 작품들로 대한민국연극제에서 5차례 수상했다.
전 대표는 “연극에 입문한 1980년 워크숍 공연 연출을 맡았던 ‘2인의 사형집행인’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연출의 시작이자 인생을 바꾼 계기였다. 이때부터 연극 연출의 길을 걸었다”고 말했다.
8일에는 문체부의 지역대표 예술단체 공모사업으로 선정된 창작연극 ‘반구천 암각화 선사(先史)에 새긴 뜻은’의 첫 공연을 마쳤다.
전 대표는 “공연을 마치고 나면 늘 아쉬움이 남는다. 한편으로는 공연을 무사히 잘 마쳤다는 안도감이 든다”며 “남은 5번의 공연에서는 아쉬웠던 부분을 수정 및 보완해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울산 대표하는 콘텐츠 만들고 파
전 대표는 활동 경력이 긴 배우들을 보면 연극이 출발인 경우가 많다며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연극은 인생과 같다고 표현했다.
전 대표는 “가장 좋은 악기는 사람의 목소리다. 목소리의 울림은 큰 감동을 준다”며 “계속해서 연극 무대에 서는게 목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연극 배우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투잡’ ‘쓰리잡’을 뛰어야 하는 등 연극에만 전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울산에 연극영화과가 없어 배우를 꿈꾸는 청년들이 타지로 빠져나가면서 울산 연극계가 고령화되고 있는 것도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전 대표는 “대전이 시립극단 설립을 위한 첫걸음에 들어가면서 울산은 광역시 중 유일하게 시립극단이 없는 광역시가 됐다”며 “울산시가 운영하는 공공성을 가진 연극 전용 소극장이 마련돼야 한다. 연극을 하는 환경이 마련돼야 연극 배우와 관객이 모인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내년에 반구천의 암각화가 유네스코에 등재되면 그에 맞는 문화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며 “울산을 대표하는 연극인으로서 울산을 대표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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