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붉은 도끼[122]]13부. 흐르는 물(13) - 글 : 김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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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붉은 도끼[122]]13부. 흐르는 물(13) - 글 : 김태환
  • 경상일보
  • 승인 2024.11.1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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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여사는 내 이야기를 듣는 내내 믿기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가로 흔들었다. 이야기의 전말을 다 듣고 난 유리 여사는 긴 한숨을 몰아쉬었다.

“우리 아버지는 25년 전에 일본을 떠날 때 시한부 선언을 받은 상태였어요. 내가 직접 병원에서 의사선생님에게 확인까지 받았었습니다. 폐암 말기였어요. 그런 분이 아직 살아계신다니 믿기지 않아요.”

이번에는 내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김재성 노인의 기록에는 암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증세가 어떠했고 어떻게 치료를 받았었는지 알 수 없었다.

“이런 이야기는 소용이 없는 것이겠습니다만 아버지께서 이곳으로 건너오실 때 집에 있던 아까다마를 가지고 오셨어요. 우리 집의 수호신처럼 모시고 있던 돌인데 아마 그 돌이 아버지를 지켜준 것 같아요.”

“그건 말이 안 됩니다. 그 붉은 홍옥석은 오시자마자 미호천 상류에 있는 미호저수지 안에 넣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렇군요. 저는 아버지의 나라에 되돌려 준다는 의미로 일본의 골동품상회에서 아까마다 하나를 구입해서 가지고 왔습니다.”

유리 여사는 박물관 직원에게 자신의 가방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직원이 나간 뒤 자동차 트렁크에 넣어 온 서류 가방 안의 붉은 돌도끼를 생각해냈다. 유리 여사가 생각하고 있는 황당한 믿음대로라면 김재성 노인을 지금까지 지탱하게 해준 것은 붉은 돌도끼의 힘이 되는 셈이었다. 나는 양해를 구하고 건물을 나가 차 트렁크에서 서류가방을 들고 왔다.

가방 안에는 김재성 노인이 직접 작성한 서류와 내가 번역해 프린트한 서류가 들어 있었다. 그 위에 수건으로 곱게 싼 붉은 돌도끼가 들어있었다. 돌도끼를 조심스럽게 꺼내 옆자리에 앉아 있는 이하우 교수에게 건네었다.

“이걸 한 번 보아주십시오. 기록대로라면 이 돌도끼는 오천 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그 당시 유일하게 붉은 홍옥석이 생산되던 미호 마을 사람들이 이곳 서석곡에서 암각화를 새겼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 돌도끼는 미호 마을의 상징처럼 서석문 옆에 깃발과 같은 의미로 세워져 있던 것이라고 했습니다.”

붉은 돌도끼를 받아 든 이하우 교수는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알 수 없다는 덤덤한 표정으로 돌도끼를 문명대 교수에게 건네주었다. 돌도끼를 받아 든 문명대 교수 역시 마찬가지였다. 학문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돌도끼의 형태나 빛깔로 진위여부를 가린다는 것은 내가 생각하기에도 어불성설인 것 같았다. 진위 여부를 감정 받아야 하는 것은 김재성 노인의 기록물이었다.

나는 문명대 교수에게 돌려받은 돌도끼를 유리 여사 앞의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여사님의 친아버지 마츠오에 대한 이야기는 알고 계십니까? 1945년 6월에 돌아가셔서 언양 화장산에 장사지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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