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케이블카를 타 본 것이 언제였던가. 아마 초등학교 6학년때 동래 온천장으로 수학여행 갔을 때 일 것이다. 고등학교 때는 설악산 수학여행 길에 권금성 케이블카를 탔던 것 같다. 그 후 국내에서는 서울 남산, 통영, 사천 등지의 케이블카를 타 봤고, 외국에서는 일본 북알프스 다테야마, 홍콩의 옹핑 360, 베트남 바나힐 케이블카 등을 타 본 기억이 난다. 산과 바다를 빠르고 편하게 오르고 건너는 것은 물론, 덤으로 하늘을 나르는 기분도 느끼게 해주는 케이블카의 묘미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현재 국내에서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가 논란이 된 지 오래이고, 울산에서도 신불산 케이블카 사업이 여론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모두 국립공원이나 군립공원 같은 곳에 추진하는 사업으로 ‘환경 훼손’이 가장 큰 반대 이유로 꼽힌다. 필자는 이 글에서 또 다른 논란거리가 될지도 모르는 두려움을 누르고 ‘태화강 케이블카’를 제안해 보고자 한다. 루트는 태화강역에서 삼호까지의 태화강변 둔치와 수변이 만나는 선으로, 공사가 쉽고, 가장 적은 예산으로 추진 가능한 교통수단이기 때문이다. 이 구간의 울산교와 태화강 국가정원에 중간 정거장을 두면 효과 백배다. 이 노선을 제안하는 가장 큰 이유는 태화강역과 울산 관광의 핵심자원인 태화강국가정원을 저예산과 빠른 사업추진을 통해 이어주자는데 있다. 이는 이번에 유치한 ‘2028울산세계정원박람회’에도 큰 시너지를 줄 수 있다.
참고로 세계의 주요 케이블카를 보면, 가장 길이가 긴 것은 볼리비아 행정수도 라파스와 위성도시 엘 알토를 연결하는 ‘미 텔레페리코(My cable car)’로 모두 10개 노선에 노선별로 중간역도 있어서 마치 도시철도 같다. 전체 길이가 30.4㎞이지만 가장 긴 노선은 4.7㎞다. 이 케이블카는 평균 고도 3600m에 위치한 라파스에서 저지대인 도심과 저소득층이 거주하는 고지대의 높이차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되었으니 문자 그대로 대중교통이다. 반면에 홍콩의 ‘옹핑360’(5.7㎞)이나 베트남 푸꾸옥 섬의 ‘혼톰케이블카’(7.9㎞), 중국 장가계 ‘천문산 케이블카’(7.5㎞) 등은 모두 관광용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모두 41곳의 관광용 케이블카가 있다고 한다. 그중 25곳은 2012년 이후에 도입되었다고 하니 각 지자체마다 케이블카 도입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청정산악관광 국가인 스위스에는 무려 450곳의 관광용 케이블카가 있다고 한다. 앞서 태화강변 케이블카 도입을 제안하는 이유를 한 줄로 밝혔지만, 이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보자. 우리나라 케이블카는 관광용이다 보니 대부분 국립공원에 있고, 그밖에 경치가 좋은 해변이나 산지에 있다. 도심의 대중교통수단 성격을 함께 갖춘 케이블카는 없다. 이와 관련된 법으로는 ‘궤도운송법’이 있는데 지방자치단체장이 허가권자다.
태화강변 케이블카는 앞으로 울산 철도의 중심역이 될 태화강역과 남구 삼호동을 연결하는데, 울산광역시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모여 있는 도심 구간의 태화강변을 따라가기 때문에 대중교통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 왜냐하면, 현재의 태화강변 강남로에는 유일한 대중교통수단인 시내버스 노선이 아예 없고, 울산도시철도 트램노선의 경우도 현재 계획 중인 4개 노선 모두 강변을 통과하지 않아서 이에 대한 보완이 되기 때문이다. 또 강변에는 아파트단지가 밀집되어 있어서 잠재적 이용자도 많다. 시점과 종점을 최단거리로 이어주기 때문에 통근이나 업무에 활용할 경우 러시아워에는 일반 관광객 이용이 적은 것과 상호보완적이어서 수익성에도 도움이 된다.
다른 무엇보다도 케이블카는 광역철도인 태화강역에 하차한 관광객들이 태화강 국가정원과 중구 구도심까지 케이블카만으로 가장 빠르게 접근 가능한 것이 강점이다. 도시관광 측면에서는 케이블카에서 바라보는 울산 도심과 함월산, 남산, 그리고 태화강 대숲풍경은 세계 어느 도시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감동을 주고도 남는다. 태화강변 케이블카가 실제로 운행되는 날이 온다면 울산은 이것만으로도 유잼도시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한삼건 울산역사연구소장·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