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울주생활문화센터는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던 뒷마당 ‘사랑방’을 새롭게 단장하느라 분주하다. 이 센터는 1984년부터 30여 년간 두서면사무소로 사용되다가, 2016년에 농촌지역의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해 국비와 군비를 지원받아 울주의 대표적인 생활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울주문화재단이 이 곳을 운영한 지도 어느덧 4년이 넘었다.
그동안 울주생활문화센터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 중 하나는 센터가 위치한 ‘인보리’의 지명에 영어를 더한 ‘in보리’와 주민들이 애정하는 옛 지명 ‘너부’를 결합해 탄생한 ‘in보리너부문화장터’다. 이 장터는 주민들이 직접 재배한 농작물을 나누는 직거래 장터이자, 센터 내 동호회와 아카데미 수강생들의 재능을 선보이는 장으로, 지역의 특색을 살린 친환경 ‘슬세권’ 장터로 자리잡았다.
물론, 시작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행사명에 영어를 사용한 것에 불만을 제기하는 주민들도 있었고, 농작물 수확 시기에 맞춰 날짜를 조정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다. 하지만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올해는 100여명의 주민들이 각자의 작품과 농산물 등을 준비해 참여할 정도로 지역의 대표 행사로 자리잡았다. 또한 전국의 문학인들이 울주를 찾아 매년 울주이바구 시상식과 시화전에 함께하며, 문학이야기를 나누는 기회도 가진다.
장터를 계기로 센터 내 다양한 동호회 활동이 알려지면서 회원 수가 증가했고, 새로운 동아리들도 생겨났다. 책과 담소를 즐길 수 있는 ‘인보리 책다방’과 다양한 주민 활동 덕분에 센터 대관 횟수는 2023년 560회에서 2024년 현재 1100여 회로, 이용 인원도 4400명에서 7100여명으로 대폭 증가했다.
문화 기획자로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작은 상상에서 시작한 일이 현실 속 변화를 만들어낼 때다. 팀원들과 준비한 문화행사와 아카데미를 통해 주민들이 즐거워하고, 우리의 노력을 알아주며 고마움을 표현할 때 큰 보람을 느낀다. 얼마 전에는 한 주민이 센터 입구를 차로 막고 “센터 주차장에 차가 너무 많아 요즘 주차하기가 어렵다”며 항의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이는 센터가 그만큼 활성화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더 많은 주민들이 생활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장기적인 준비와 계획이 필요함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다.
내년에는 단장 중인 사랑방 공간을 활용해 ‘울주로일상 예술창작소’를 새롭게 추진할 계획이다. 이곳에서 전국의 예술인들과 지역 주민들이 함께 일상을 공유하고, 울주가 가진 다양한 문화 자원을 새로운 관점으로 발견하며, 함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나갈 예정이다. 마을의 사랑방처럼 누구나 들를 수 있는 공간에서 예술가와 주민들이 어우러져 울주의 특별한 가치를 재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우리의 노력으로 누군가의 삶이 조금이나마 행복해지는 내일이 만들어지길 기대해 본다.
김잔디 울주문화재단 생활문화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