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의 적대적 M&A 위협을 받고 있는 고려아연에 대한 해외 매각이 원천 봉쇄됐다. 고려아연이 가진 이차전지 양극재 핵심 원료인 전구체 제조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한다는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은 경제안보상 이유로 정부 승인 없이는 외국 기업에 매각할 수 없다. 이번 국가핵심기술 선정은 ‘국가기간 기업 보호’라는 명분을 확보한 고려아연측의 경영권 방어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고려아연이 신청한 ‘하이니켈 전구체 가공 특허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한다고 통보했다. 하이니켈 전구체 가공 특허 기술은 니켈 비중을 80% 이상으로 높여 에너지 밀도와 출력을 높일 수 있는 이차전지 양극재 핵심 원료인 전구체 제조 기술이다. 고려아연은 현재 자회사 켐코와 함께 탈중국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하이니켈 전구체 대량 양산을 준비 중이다.
이번 국가핵심기술 선정으로 그간 정부에 국가기간산업 보호와 핵심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제도 마련을 강력히 촉구해 온 울산시와 지역 상공계도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울산 지역사회는 고려아연에 대한 사모펀드의 약탈적 인수합병 시도는 단순한 기업 간 갈등이 아니라 국가 기간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으로 규정하고 ’고려아연 주식 사주기 운동‘을 펼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려아연에 대한 MBK연합의 인수 위협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MBK 연합이 확보한 고려아연 지분은 최윤범 회장측의 고려아연 보다 5%p 가량 앞서고 있다. 게다가 고려아연이 경영권 방어용으로 내세운 최대 2조500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 계획을 철회하면서 지분율 격차를 뒤집을 ‘역전 카드’가 무산됐다는 분석도 있다.
고려아연 경영권 다툼의 향배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MBK 연합과 고려아연 모두 과반 지분 확보에 실패해 섣부른 승리를 첨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연말 임시 주총에서 국민연금과 일반 주주 등 ‘제3지대’ 주주들의 표심이 고려아연의 운명을 가를 것으로 관측된다. 고려아연은 배당확대 등 주주친화 정책으로 ‘스윙보터’(부동층)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에 국가기간 기업을 지키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내비쳤다. 국가핵심기술 지정이 국내 산업계의 기술 보호와 기업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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