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부귀와 영화를 누렸으면 희망이 족할까~’ 최근 화제리에 종영한 TV 프로그램 미스터트롯에서 불려져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린 노래 ‘희망가’의 한 소절이다. 어릴 적 한 두번 들어봤을 법한, 그러나 익숙한 멜로디의 이 노래가 트로트 열풍으로 주목받게 되었다. 현재의 우리 상황을 함축한 듯 서글프지만 한편으론 위안이 되는 노랫말이라 나도 모르게 흥얼거려진다.
시작부터 화제를 몰고온 미스터트롯은 급기야 결승전에 773만1781콜이라는 유례없는 문자 투표를 몰고 왔고 그 결과 서버 문제로 최종 경연 결과를 당일 발표하지 못하는 사태까지 생겼다. 어르신들의 전유물, 뽕짝, 지역 축제 등 행사용 음악으로 치부되며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던 트로트가 2019년 한국갤럽이 조사한 노래방 애창곡 순위 상위 10위 내에 7곡을 차지하는 등 젊은 층까지 큰 호응을 얻으며 대중음악으로 엄청난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트로트(trot)는 우리나라 대중 음악사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장르이다. 영어로는 ‘빠르게 걷다’라는 뜻으로 경쾌한 리듬의 음악을 말하는데, 일제강점기 일본에서 서양식 트롯을 결합한 엔카가 유행하면서 우리나라에 들어왔고, 1960년대 들어와 4분의 4박자를 기본으로 한 지금의 트로트가 자리 잡았다고 한다. 서민들의 고단한 삶과 인생의 경험을 솔직한 노랫말로 풀어내며 4박자 리듬을 얹은 트로트는 일본의 엔카와는 다른 우리만의 독특한 대중음악 장르로 창조되었다고 본다. 고단함을 어루만져 주는 노래, 한을 흥으로 풀어내어 한국인의 정서에 가장 잘 맞는 노래,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접하여 듣고 쉽게 따라 부르게 되는 전 국민이 좋아하는 음악이 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민의 마음은 불안으로 가득하다. 어수선한 시국에 4월15일, 앞으로 4년간 국민을 대표할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를 앞두고 있다. 선거철마다 사람들의 귀를 사로잡는 선거송이 있는데, 이번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유산슬의 ‘사랑의 재개발’이다.
역시 솔직하고 직설적인 가사와 따라 하기 쉬운 박자에 담은 트로트는 어디에 붙여도 찰떡같이 들어맞는 것 같다.
이번 21대 총선은 신종코로나로 대외적인 선거운동이 축소되었다. 우리 지역구의 후보자가 적합한 사람인지 제대로 모르고 투표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올해 선거법이 개정되어 투표해야 할 용지 수도 많아졌다. 비례대표 정당만 35개가 등록되어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번주까지 정책·공약 알기 주간을 운영하는 만큼 중앙선관위 홈페이지를 통해 후보자와 정당의 정책·공약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지금의 투표로 앞으로의 4년에 희망이 있을지 여부가 결정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개인적인 시간에 여유가 있는 지금을 기회로 검색하고, 비교하고, 현명하게 판단하고 선택하는 유권자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꼭 투표에 참여하여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와 후세에 희망을 주는 유권자로서, 국민으로서 자존심을 지켜주길 바란다.
대다수의 서민들에게는 모진 현실, 이 풍진 세상에 너의 희망이 어디 있냐고 묻고 있는 ‘희망가’가 대변해 주는 위안이 있듯, 이번 선거의 결과가 희망과 위안의 길로 연결되길 기대해 본다.
정보광 울산광역시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