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따끔, 손가락을 물렸다. 산책을 마치고 옷을 갈아입던 중이었다. 무엇일까, 한참을 들여다보니 도깨비방망이처럼 몸에 가시가 가득한 녀석이 옆구리에 붙어있다. 도꼬마리였다. 녀석이 어디론가 떠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사람 사이의 대화처럼 사람과 식물, 식물끼리도 소통할 수 있을까. 한때는 상상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그것이 과학적인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와 연결되어 정보를 주고받는 월드 와이드 웹(WWW)처럼 나무들은 땅속에서 뿌리로 연결된 네트워크를 만든다. 우드 와이드 웹(Wood Wide Web)이다.
소통을 위한 매개체는 균근류, 곧 뿌리곰팡이다. 거미줄처럼 연결된 뿌리와 공생하는 곰팡이는 물과 영양분, 병충해 정보를 주고받는다. 그들의 교류는 단순한 물질 교환을 넘어 어린나무와 하층 식물을 돌보는 역할도 한다. 숲은 이런 상호작용 덕에 안정과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하며, 개별 나무들의 집합체를 넘어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로 존재한다.

최근 첫 책을 발간하며, 사람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나무들이 상호작용을 통해 건강한 숲을 만들어 내는 것처럼 우리 역시 끊임없이 누구에겐가 영향을 받고 또 타인에게 영향을 끼친다. 때로는 타인에게 의지하기도, 누군가의 뿌리가 되기도 한다. 정보와 경험, 위로와 치유를 나누며 서로의 성장을 돕는 것이다.
숲의 큰 나무들이 빛을 혼자서 차지하지 않고 아래로 나누어주는 것처럼, 내게도 선배들이 그러했다. 자신들의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를 아낌없이 내어준 덕에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다. 그러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나 역시 때가 되면 후배들을 위해 얻은 경험을 기꺼이 공유하게 될 것이다.
외부적이든 내부적이든 영향을 받지 않고 성장하는 방법은 없다. 하물며 저 도꼬마리 열매도 내 옆구리를 빌려 떠날 준비를 하고 있으니. 나는 타인을 위한 어떤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을까. 우리가 사는 아름다운 관계, 원더 와이드 웹(wonder-wide-web)이라 이름을 붙여 본다. 이 네트워크 안에서 삶은 온기를 나누며 더 발전하기를.
그런데 문득 궁금해진다. 저 도꼬마리는 어디에 정착하고 싶은 것일까. 나는 또 어디로 새로운 뿌리를 펼칠 수 있을까.
송시내 나무의사·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