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규홍의 말하기와 듣기(24)]부모 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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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홍의 말하기와 듣기(24)]부모 말하기
  • 경상일보
  • 승인 2024.11.2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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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인간사에서 도무지 알 수 없는 것 중에 하나가 부모와 자녀의 관계다. 그런데 우리가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은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무조건적이고, 원초적이며, 본능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서로가 마음과 표정과 언어로 끊임없이 의사소통을 하면서 살아가는 관계라 할 수 있다. 그러면 부모는 자녀에게 과연 무슨 말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성인들이 말하기를 부모는 자녀에게 ‘가르치는 것’을 삼가라고 한다. 지금부터 근 2000년 전 대선지자였던 공자도, 맹자도 자기 자녀의 가르침에 대해서는 함부로 말을 하지 않았다. 공자의 아들 백어는 자기 아버지인 공자에게 뭘 배웠느냐는 물음에, 배운 것이라고는 지나가는 말로 시를 배우고 예를 배워라고 한 말밖에 없다고 했다. 그리고 맹자는 아버지가 자녀를 가르치면 자칫 부자간의 감정이 상할 수 있다고 하면서 가르치기를 삼갔다고 한다. 그래서 자식을 바꾸어 가르치라고 한 역자이교지(易子而敎之)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성경에서도 ‘아비들아, 너희 자녀를 격노케 하지 마라. 그것은 자녀가 노할까 때문이다’라고 했다. 이것은 부모가 자녀에게 함부로 무엇을 가르치려고 하지 말라는 가르침이다. 부모는 자녀에게 오로지 자신의 올바른 삶과 언행을 보여줄 뿐이다. 그것이 최선의 가르침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찍부터 유교 윤리에서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부자유친(父子有親)이라고 배워왔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는 ‘친함’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친함’은 ‘사랑’이고, ‘사랑’은 오직 간절한 마음으로 칭찬해주고 자존감을 세워주며 가까이에서 안아주는 것이 아닌가 한다. 자녀의 인지가 발달하는 성장기에는 어느 때보다 부모는 더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말을 해야 한다. 자녀의 인성과 성격이 부모의 말대로 되기 때문이다. 부모는 자녀에게 남을 비난하는 말보다 칭찬하는 말을 많이 해주어야 하며, 남의 나쁜 이야기보다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부모는 자식에게 거친말, 상스러운 말, 비인격적인 말, 모욕적인 말, 윽박지르는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 말은 자녀의 무의식 속에 깊이 박혀 평생 상처로 남게 되며 나아가 자녀의 인성에도 나쁜 영향을 주게 된다.

자녀들끼리 서로 비교하거나 다른 집 자녀들과 비교하는 말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자녀와 늘 공감하는 말을 해야 하고, 시킴말도 자녀의 인격을 존중하면서 간접시키는 말을 하는 것이 좋다. 자녀를 기르다 보면 자녀가 부모의 기대와 뜻대로 따라 주지 않을 때가 수없이 많다. 그러나 그때도 자녀 앞에서 바로 화를 내어 말하기보다 끊임없이 참고 또 참으며 보듬어 주어야 한다. 세상에 부모짓하기보다 더 어려운 일이 또 어디 있을까.

지나고 보니 일찍 자녀들에게 좀 더 많이 칭찬해 주지 못한 것과 좀 더 자존감을 살려 주지 못한 것이 너무 후회스럽다.

임규홍 경상국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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