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여소 야대의 ‘정치 리스크’에 단단히 발목이 잡힐 상황에 직면했다. 내부적으로는 내수 침체와 주력 산업의 경쟁력 약화, 외부적으로는 보호무역주의의 심화와 지정학적 위험 등으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국회를 장악한 거대 야당이 ‘반시장·반기업적’ 성격이 강한 규제 입법을 강행 처리하기로 해 우려를 더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가 나서 경제 활성화를 위해 개혁을 해도 모자랄 판에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규제 입법’이 갈 길 바쁜 한국 경제(기업)를 더 큰 ‘불확실성’으로 몰아가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경제인협회와 삼성, 현대차, LG, SK, 롯데, HD현대 등 국내 16개 주요 대기업 사장단은 상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상법 개정안은 감사위원 분리 선출,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소수주주권 행사 요건 완화 등을 담고 있다.
경영계는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소송 남발과 해외 투기 자본의 공격으로 인해 기업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지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데에도 어려움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또 기업의 경영권 방어를 어렵게 만들고, ‘해외 투기자본 먹튀’를 조장해 기업 경영 전반에 상당한 차질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영계를 옥죄는 또 하나의 법안은 ‘불법 파업 조장법’으로 불리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이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두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는 ‘노란봉투법’ 개정안을 연내 다시 강행 처리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기업들은 ‘노사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하는 악법’이라며 호소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노동쟁의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노조원에게 물을 수 없게 하면 기업의 무분별한 손배배상 청구가 감소해 노사 갈등이 줄어들 것이라는 논리로 밀어붙이고 있다.
물론 ‘악법도 법’이다. 그러나 사회적 합의가 대 전제가 되어야 한다. 이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 중 하나로, 법률의 정당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그러려면 관련 법안의 국회 논의 과정에서 소수 주주를 보호하고 불법 파업을 저지할 대안도 마련되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기업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자칫 규제 입법을 남발하면 쇠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이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할 수 있다. 지금은 경제 활성화를 위해 과감한 규제 개혁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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