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호의 소설 <2014>는 2010년 7월부터 12회에 걸쳐 신동아에 연재되었다. <2014>는 남북간에 전쟁이 일어난 해를 나타낸다. 훈련을 빌미로 북한 해군이 백령도로 남하하다가 되돌아가는 교란을 수일간 반복하던 중에 어느 날 북한의 어뢰정 한 척이 되돌아가지 않고 전속력으로 질주하여 백령도 해안으로 상륙하고 대원 8명이 귀순한다. 이것을 시발로 남북간에 전쟁이 일어난다. 초현대적인 장비로 무장한 백령도 해병 7사단의 주력 무기는 무장헬기다. 마침내 무장한 해병들이 헬기를 타고 북한 땅에 상륙한다.
이원호의 소설이 사실 같은 점이 많다. 대통령은 청사를 청와대에서 과천으로 옮겼다. 15년 전에 쓴 것이지만 우리 공군은 자체 제작한 ‘KF-24’ 기로 수백 대 무장하고 있고 해병대는 지금 마린온 헬기를 겨우 몇 대 가지고 있지만 소설에는 강력한 우리 헬기로 막강하게 무장을 하고 있어서 해군의 상륙함정 같은 것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다.
사실, 소설이 연재된 몇 달 후인 2010년 11월23일 오후 2시30분 경, 북한은 아무런 선전포고도 없이 대연평도를 포격하였고 우리 해병대가 피격 직후 즉각 대응사격을 한 일이 있었다. 소설이 마냥 꾸민 이야기만은 아니다.
나도 소설 하나를 쓰려고 한다. 소설 <2025>다. 내년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고 말 그대로 독재자가 되었다. 이어서 푸틴을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킨다. 남의 나라 전쟁에 대포알 한 방도 아까워하는 트럼프는 당장 휴전을 원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국경을 전쟁발발전의 상태로 되돌리는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무단으로 침공을 했기 때문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책임이 있으니 배상을 하고 피해 복구를 하라는 협상에 러시아가 반발하자 물러선다. 밑져야 본전인 푸틴이 못하겠다고 버티자 그냥 수용해 버린 것이다. EU나 영·미의 지원 없이는 전쟁을 할 수 없는 우크라이나가 1200일이 넘는 전쟁으로 국토의 3분의 1 가까이를 빼앗겼다. 기간시설과 인프라가 망가져 피폐하고 고통스런 국민들은 하루빨리 휴전이건 종전이건 원한다.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면 핵무기도 쓸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는 푸틴에 트럼프는 기가 죽고 만다. 협상의 달인은커녕, 겁쟁이다. 푸틴은 기고만장해 진다. 시진핑은 이를 보고 배웠다.
소설을 계속해 보자. 미국이 자국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며 서둘러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냈다. 러시아에 피를 흘려준 북한이 러시아의 기술을 받아 7차 핵실험에 성공하고 대륙간탄도탄 기술도 안정화해서 미국의 전역을 타격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에는 여야가 심히 대치하고 정국 불안정이 계속되자 북·중·러가 합의하여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 주한 미군이 일본의 오키나와로 이동해 대만을 돕는 사이, 러시아 군이 두만강변에 대기하고 북한군이 백령도를 기습 점거한다. 푸틴은 미군이 남한을 도우면 두만강을 건너 북한에 들어올 것이라 압박한다. 북한은 남으로 1도만 기울여 쏘면 거의 대기권까지 올라갔다 마하 10이 넘게 곤두박질하는 작은 핵탄두 하나로 서울은 끝이라고 으른다. 핵무기가 없는 한국은 미국만 쳐다본다. 3차 대전을 우려하는 트럼프는 미적거린다. 한국은 산유국이 아니다. 대만의 TSMC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반도체 공장을 이미 미국 땅에 두고 있으니 위험을 무릅쓰고 대만과 한국 땅을 지킬 이유가 있을까?
그래서 하는 말이다. 핵에는 핵이다. 당장 못 만들면 어떻게 해서라도 이 땅에 두어야 한다. 물론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무슨 수를 찾아야 한다. 온 국민이 주장하면 트럼프도 압박을 받을 것이다.
세상이 소란하여 단풍이라도 구경하자 싶어 북한산의 우이령(牛耳嶺) 고개를 걸었다. 우이동 산문까지 지하철이 닿는다. 산길을 걸어올라 고개에 다다르면 대전차 장애물로 쓸 육중한 콘크리트 덩어리가 육교처럼 있고 검문소로 썼던 벙커가 보인다. 병사들이 주둔했던 막사 터와 유격장도 있다. 우이령은 소의 귀를 닮은 고개다. ‘소 귀에 경 읽기’라고 할 때의 그 ‘소의 귀’다. 이 길은 1968년 1월21일 새벽에 북한의 특수부대 김신조 일당이 걸어서 청와대 뒤 북악산으로 침투한 루트다. 청와대는 가파른 북악산을 등지고 앉아서 침투가 쉽지 않은 곳이다. 15년 뒤, 1983년 10월9일 미얀마의 옛 수도이자 최대 도시인 양곤의 아웅산 묘역에 참배하는 전두환 대통령 일행을 죽일 목적으로 북한이 설치한 폭탄이 터져 30여명의 사상자를 냈다. 2010년 3월26일에 백령도 근처의 해상에서 우리 해군의 천안함이 북한 해군 잠수함의 어뢰에 두 동강이 나고 해군 장병 40명이 사망했으며 6명이 실종되었다. 언제 또 북의 공격이 있을지 모른다. 간첩을 포함한 북의 침투는 계속된다.
힘은 평형을 이루어야 안정된다. 천칭(天秤) 저울을 보면 안다. 균형이 무너지면 현저하게 기울어진다. 안보에 불감증인 사람들을 보면 소 귀에 경 읽는가 싶다.
조기조 경남대 명예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