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당선 이후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을 꼽자면 단연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될 것이다. 이미 글로벌 스타 기업인이었지만 이제 미국 정부를 주무르는 정치인이자 행정가로 변신하고 있다. 트럼프는 당선 이후 속속 장관들을 임명하고 있는데, 미국에서도 논란이 될 정도로 파격적인 인물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단연 머스크가 눈에 띈다.
머스크는 정부효율부(DOGE, 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 장관으로 추후 미국의 행정개혁을 담당할 예정이다. 트럼프가 기업운영의 효율성을 전통적 관료제의 개혁목표로 삼은 것이다. 미국의 전기자동차 산업을 이끌고, 화성과 달 탐사를 위해 우주선을 발사하는 등 혁신과 창조적 사고의 상징인 머스크가 앞으로 미국 행정부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궁금하다. 머스크는 호불호가 갈리는 논쟁적 인물이지만 일단 미국정부에 혁신의 신호를 주고 시민들의 관심을 집중 시키는 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어떤가. 최근 참신한 사람이 장관으로 등장하여 화제가 된 적이 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반대로 ‘뭐 이런 사람을 장관으로 한다고?’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는 꽤 있었던 것 같다. 더 나아가 장관이 정책을 주도적으로 결정하거나 집행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도 보기 힘들다. 청와대나 용산에서 결정하면 그대로 따르고 문제가 생기면 뒤치다꺼리나 하는 신세로 전락한지 오래된 것 같다. 장관의 존재감이 너무 희박하고 역할이 없으니 국민들 중에 장관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이런 현상의 가장 큰 책임은 인사권자이자 최고 정책결정권자인 대통령에게 있다. 대통령이나 그 주변에서 모든 것을 결정하고 장관에게는 권한과 재량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또 장관이나 참모를 자기 주변의 좁은 인력 풀에서만 찾으니 참신하고 혁신적인 인물을 구하기가 어렵다. 그것도 주로 관료나 학계 출신을 고른다. 나름 자기분야에서는 전문성을 갖추고 있으나, 비교적 안정적인 직업배경 때문에 과감하고 창의적인 접근이 어려운 한계가 있다.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대통령과 장관 간의 관계가 민주화 이전보다 훨씬 더 뒷걸음치고 있다. 서슬이 시퍼렇던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도 대통령과 맞서는 장관이 있었고, 대통령도 장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오히려 민주화 이후 대통령은 더욱 더 권위적이 되고 장관들은 대통령에게 직언을 못하는 일개 참모로 전락하였다. 대통령은 격노하고 장관은 쩔쩔맨다. 사회는 민주화되고 분화되었지만, 대통령과 장관 간의 관계는 독재정권 시절보다 못하다.
그래서 우리도 좀 더 파격적인 장관이 등장했으면 좋겠다. 지금처럼 ‘60-70대, 남자, 관료나 교수출신’ 말고, 일단 나이도 좀 젊고 출신배경도 다양한 인물들이 포진하여 활력 있고 창의적인 정부가 되었으면 한다. 당연히 머스크와 같은 기업인 출신도 포함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들에게 대폭 권한을 주고 책임 있게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마침, 내각과 용산에 대폭적인 인적 개편이 이어질 것이라고 한다. 이번 인사는 여러 면에서 중요하다. 지지율이 바닥인 현 정부가 국민들의 지지를 다시 회복해야 하는 정치적인 의미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험난한 국내외적 상황을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도 정말 유능하고 참신한 인재들을 발굴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물론 인재 등용에는 여러 장애물들이 있다. 청문회를 거쳐야 하고, 기업인의 경우 주식을 백지신탁해야 하므로 정작 필요한 인물들이 등판을 꺼릴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이유로 또 다시 청문회 통과용이나 자기 입지만을 노리는 정치인, 또는 말 잘 듣는 측근 그룹 중에서 돌려막기 식으로 발탁한다면, 결단코 이 정부의 미래는 없다. 머스크는 벌써부터 공동대통령 소리를 들으며 이런저런 견제도 받고 불협음도 내고 있다. 우리 같으면 ‘불경죄’로 몰려서 벌써 대통령의 외면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런 분위기를 즐기는 것 같다. 우리에게도 이런 파격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 이상 안정적인 국정관리라는 한가한 소리 그만하고 역동적이고 참신한 인재를 널리 구하기 바란다. 답답한 요즘의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머스크’를 찾아야 한다.
정준금 울산대 사회과학부 교수 행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