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 만에 찾은 싱가포르는 ‘자연 속의 도시’로 진화해 있었다. 1960년대 정원 같은 도시를 만들겠다는 정책이 지속적으로 진행되었고, 2000년대부터 지속가능성과 도시 생태에 집중하는 새로운 정책 기조를 채택해 자연과 도시의 관계를 슬로건에 반영한 결과다. 건물 외부와 내부, 가는 곳마다 꽃과 나무로 뒤덮여 답사 내내 공공 정원의 역할과 가치에 대한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
‘클라우드 포레스트(Cloud Forest)’는 그동안 접해온 정보로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 본 감흥은 압도적이었다. 쏟아지는 폭포수, 같은 공간을 다양한 각도에서 경험하게 하는 입체적인 동선계획이나 공간의 스케일감은 상상 이상이었다. 이후 들른 창이공항의 실내 인공폭포 ‘레인 보텍스(Rain Vortex)’ 또한 40m의 낙차로 쏟아지는 물줄기에 압도되는 규모였다. 난해한 현대미술이나 불가사의한 자연경관 앞에 선 듯한 경외감마저 들었다.

일행은 밀림같이 조성된 숲의 한 자락에 자리 잡고 한참 폭포를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공항 이용객들과 관광객들이 숲에 싸여 시원한 벤치에 삼삼오오 쉬고 있었다. 일반적인 공항 대기실의 피곤한 풍경이 아니다. 자연속에서 힐링하는 특별한 경험을 준다. 습하고 불쾌했던 바깥 활동에 대한 보상이라도 받는 듯한 쾌적함이었다. 주변 녹지는 계곡처럼 자연스럽게 경사로 연결되어, 숲길을 걷듯 계단으로 아래층까지 내려올 수 있다. 나무들은 하나같이 전정이 잘 되어있고 키 큰 교목부터 낮은 지피 식물까지 다양한 숲 경관을 재현하고 있었다.
인공적인 도시경관에서 느끼던 놀라움과는 대조되는 숭게이 부로 습지도 찾았다. 1986년 말레이 자연 학회 소속 탐조객이 처음 발견해 2001년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일행 중 주남저수지 생태해설사가 있어 철새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도요새 무리가 평화롭게 노니는 풍경에 잠시 빠져들며 이런 생각을 했다. 자연과 도시를 어떻게 연결해 나갈 것인가는 우리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숙제인 것 같다고. 정홍가 (주)쌈지조경 소장·울산조경협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