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달장애인들의 무한한 가능성과 순수함이 돋보인 전시였습니다.”
이달 27일부터 내달 3일까지 울산남구문화원 갤러리 숲에서 열리고 있는 ‘시리우스의 빛: 우리들의 이야기’전에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27일 찾은 울산남구문화원 갤러리 숲. 전미옥 한국장애인환경예술협회 회장의 설명과 함께 발달장애인 작가, 100인의 발달장애인, 장애인 및 일반 예비작가 등이 그린 작품 134점을 둘러봤다.
‘우리 민지는’이라며 발달장애인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친근하게 부르며 사연과 함께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전 회장에게서 그들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100인의 발달장애인이 그린 80여점의 작품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전시장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100인의 발달장애인 작품들은 유치원생이 그린 것처럼 서툴렀지만 순수함과 상상력이 돋보였다. 뒷면에 본인이 좋아하는 가수들을 가득 적은 작품, 친구를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한 작품, 다른 곳에 그린 그림을 오려붙인 작품 등 작품마다 개성이 담겨있어 보는 재미가 있었다.
발달장애인 작가 5명의 작품은 각자의 특성이 담긴 수준 높은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울산에서 활동하는 발달장애인 작가 중 가장 잘 알려진 송종구 작가는 고래, 북극곰, 점박이물범 등 멸종위기 바다 생물이 그려진 작품에서 작가의 바다와 환경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느껴졌다.
아크릴을 주재료로 작업하는 이민지 작가는 자화상, 그리스 산토리니 등을 다채로운 색감으로 그려 편안함과 따뜻함을 선사했다.
볼펜으로 그림을 그리는 고동현 작가의 작품에는 고래, 꽃게, 물고기 등 바다 속 생물과 가족들의 얼굴이 함께 등장, 바다와 가족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안드레 작가는 올해 14세의 중학생으로 나이가 가장 적었다. 요즘 공룡에 빠져있는 만큼 작품마다 공룡이 등장했다. 여러 색깔의 점핑클레이로 만든 공룡들이 화산 폭발을 피해 도망가는 작품은 안 작가의 동심과 상상력이 돋보이는 대목이었다.
도자기에 본인의 이야기를 담아 작업하는 김경재 작가는 참여한 발달장애인 작가 중 작품의 스타일이 가장 다양했다. 사랑애(愛)란 한자를 도자기로 작업한 ‘사랑하고 또 사랑해!’란 작품은 김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크게 와닿아 감동을 줬다.
이외에도 일반 예비작가와 서양화가의 작품은 이번 전시를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김구상 고신대 교수는 “따뜻한 감성으로 표현된 포근한 세상을 만난 느낌이었다”며 “한국장애인환경예술협회가 발달장애인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새로운 공간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미옥 회장은 “울산에도 재능 있는 장애인 작가들이 많은데 잘 모른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장애인 작가들이 많이 알려지고 단합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