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중대재해를 줄이고자 마련한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이 시행된 지 벌써 2년9개월이 지났다. 올해 1월27일부터는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2년 유예)에 대해서도 중처법이 적용됐다.
그렇다면 중처법 입법 목표인 ‘사고사망자수 감소’는 달성되고 있을까?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3년 산업재해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재해조사 대상 사고사망자는 598명(584건)으로 전년 대비 46명(7.1%) 감소했다,
사고사망자 46명이 감소하는데 중처법의 영향은 있었을까? 법 시행 2년9개월이 지난 현 시점에서 중처법으로 처벌된 사례는 얼마나 될까? 2022년 재해조사 사고사망자수는 644명이며, 2023년 재해조사 대상 사고사망자수는 598명(584건)이다. 2023년 2분기 사고사망자수 296명까지 합치면 1538명이다.
2년6개월여 동안의 사고사망자 1538명 중에서 현재까지 중처법으로 처벌을 받은 사례는 단 23건에 불과하다. 사망사고 발생시 중처법 처벌을 받는다는 인식이 있어야 중처법 도입 취지에도 맞고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되는데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다.
아직까지 왜 사망사고 발생 사업장에 대한 중처법 처벌이 단 23건에 불과할까? 사고 사망자의 85% 내외를 점유하는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처법 2년 유예가 가장 큰 이유다. 올해 1월말부터 50인미만까지 확대되면서 중처법이 본격 시행된 것이다. 건설업만해도 연간 사망자수가 400명 내외인데 10~15%인 50건 내외 정도만 중처법 적용 대상이었던 셈이다.
올해 1월 말부터 50인 미만까지 확대됐음에도 중처법 처벌사례가 여전히 적은 또다른 원인은 중처법 1심 판결까지 걸리는 사법처리 기간이다. 사망사고 발생 후 1심 판결까지 나는 데에만 최소 1년에서 최대 3년 가까이 걸린다. 올해 상반기에 사망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은 내년 하반기 이후가 돼야 1심 판결을 받게 된다. 따라서 중처법으로 인한 처벌이 본격적으로 내려지는 시기는 내년 하반기 이후에서야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안전조직 등 여건이 상대적으로 좋은 대기업들은 중처법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사망사고 발생 대기업 대부분은 무혐의 처분을 받아 현재까지 판례 23건 중 대기업은 단 1건에 불과하다.
지난 8월1일 CBS노컷뉴스가 강득구(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을 통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중처법 위반 현황(올해 3월말 기준)과 재판 진행 상황을 종합 분석한 결과, 중처법 위반 전체 사건(543건) 가운데 단 7%(40건)가 재판으로 넘겨졌고, 1심 선고가 나온 건 17건이며, 이 가운데 1심에서 업체 대표에게 실형이 선고된 건 0.5%(2건)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아직까지는 중처법에 적극적으로 대응(체계구축 및 이행) 하기보다는 서로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본인들의 사업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거의 없거나 낮다고 보는 생각들도 그 요인으로 보인다.
사업주들의 안일한 대처는 막상 사망사고가 발생했을 때 기업경영에 치명적이다. 중처법 시행 전까지만 해도 사망사고로 인한 처벌수위가 미미했다. 법인에게 떨어지는 벌금이 고작 수백만원에 불과했다.
중처법 시행 이후 상황은 많이 다르다. 최소 5000만원에서 8000만원까지 벌금이 부과되고 있고 1년 징역은 기본이다. 23건의 판례 중 법정 구속되는 실형도 3건이나 된다. 기업 입장에서 중처법으로 인해 사업주(대표이사)가 실형을 받게 되면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까지도 몰릴 수 있다.
어느 사업장이든 언제든 사망사고는 발생할 수 있다. 최소한의 보험은 들어 놓아야 한다. 잘 찾아보면 큰 비용을 들지 않고도 준비할 수 있다. 중처법 의무사항을 이행할 전담직원을 지정해야 한다. 이행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최소 1~2년은 꾸준히 능력을 키워야 한다.
정부(고용노동부, 안전보건공단) 정책에 협력해 대한건설협회 울산광역시회도 회원사를 대상으로 중처법 전문기관과 협업해 중처법 체계구축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 교육비 외에 큰 돈이 들어가지 않는다. 중처법 전담자 양성교육이 핵심이다. 건설업체별로 중처법 전담자를 최소 1명 이상 양성 중에 있다.
중처법 체계를 구축하고 이행하려면 중처법 전담자 양성을 통해 능력을 키워야 한다. 중처법 체계구축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이행이 가능하다. 건설업체별로 전담자가 양성된다면 양성교육비만으로 중처법 보험에 가입한 거나 다름이 없다.
정안태 울산안전(주) 대표이사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심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