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처럼 생긴 소나무 사진 찍으러 많이 찾아옵니다.”
수령 200년 이상 되었다는 소나무보다 허리를 숙인 듯 휘어져 기어가는 듯한 소나무가 더 인기가 있다고 당산나무 옆 주민은 말해준다.
울주군 상북면 양등리 385-3 소재한 턱걸마을 소나무 당산나무(사진)는 도로 위쪽 숲 속에서 금줄과 흰 소원지를 달고 있었다. 사방으로 뻗은 줄기와 휘어진 줄기의 곡선이 힘과 부드러움을 함께 간직하고 있다.
대단위 아파트를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당산나무 앞에는 제단이 있고 서쪽에는 기와지붕에 흙벽과 나무 기둥에 철제문이 달린 제당이 있다. 매년 음력 3월 삼짇날과 9월 9일 0시에 동제를 지내고 있다고 한다. 이 당산나무는 할매나무이고 건너편 큰각달마을 당산나무인 느티나무를 할배나무로 섬긴다.
제당 서편에는 둘레 75㎝ 굵기의 소나무가 1.6m 높이에서 휘어지고 위로 올랐다가 활처럼 휘어진 모양으로 자라고 있다. 큰 소나무 그늘을 피해 서쪽으로 자라다가 햇빛을 찾아 남쪽으로 굵은 가지를 내고 살고 있다.

빛을 좋아하는 소나무는 빛이 부족하면 살 수가 없다. 위쪽 가지와 잎이 광합성을 위해 아래쪽 가지를 말려 버린다. 이를 ‘자연낙지(自然落枝)’라 한다. 소나무 아래로 빛이 들지 못하도록 별도의 아래쪽 가지를 내어 자기 방어를 한다.
그런데 이 당산나무는 빛을 철저하게 가리지 못해 지금의 용 모양의 소나무와 같이 살고 있다. 몇 번의 굴곡진 삶을 살아온 휘어진 소나무의 햇빛을 향한 열정과 절실함이 오늘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게 만들었다. 언덕 위에 걸쳐진 용 소나무의 잎과 가지가 주변 관목의 잎과 경쟁을 하고 있다. 큰 소나무는 피했으나 또 다른 빛과의 전쟁을 해야 하는 어려움에 놓이게 되었다. 계속 건강하기를 기원해 본다.
윤석 울산시 환경정책과 주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