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오후 10시25분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TV를 보고 있던 국민들은 경악했다. 국민들이 눈물로, 피로 일군 민주주의가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것이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현실에 국민들은 망연자실했다. 그러나 계엄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4일 새벽 4시27분께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해제했다. 불과 6시간의 비상계엄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망치로 얻어맞은 것같은 충격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거센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김용현 국방·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상대로 내란죄 고발과 탄핵 추진을 공식화했다. 청와대와 내각은 모두 사직을 준비 중이다. 울산을 비롯한 전국에서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시민단체와 노동단체 등은 잇따라 기자회견을 갖고 대통령 하야운동에 불을 붙였다.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린 촛불집회는 ‘박근혜 탄핵 정국’이 있었던 2016년 이후 8년 만이다. 이 모든 것이 계엄령 선포 이후 하루도 안돼 일어난 일이다.
이번 계엄령 선포 이유 중의 하나는 더불어민주당의 폭주였다. 대통령은 민주당이 탄핵을 남발하고 예산을 삭감해 국가정책을 훼방하며 사법부의 기능을 무력화하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대통령이 아닌 밤중에 비상계엄을 선포해 국민들의 기본권을 제한하려 한 것은 민주주의 대원칙을 무너뜨리는 일에 다름 아니다.
울산 남구 무거동 이현정(32)씨는 “비상계엄 선포를 생중계로 보고 있으니 친척 어른들에게 말로만 듣던 1980년대로 돌아간 기분이었다”며 “친구들과 단체대화방에서 계엄군이 국회로 진입하는 모습 등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면서 출근 걱정도 했다. 너무 어이없고 화가 났다”고 분노했다. 울산 북구의 음식점 업주 이미경씨(46)는 “계엄 선포라는 뉴스를 보고 눈을 의심했다. 이게 도대체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싶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이제 막 선진국으로 진입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느닷없이 터져나온 계엄령은 국가 품위와 경제 신용도를 여지 없이 무너뜨렸다. 산업수도 울산의 금자탑도 불과 하루만에 흔들렸다.
대한민국은 이 모든 지각변동 위에서도 흔들리면 안된다. 대통령은 하루 속히 이번 사태를 설명하고, 수습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리고 책임질 것은 책임져야 한다. 또 정치권은 이를 이용하려 들지만 말고 지금 국민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오로지 정권을 잡기 위해 권모술수만 부리다가는 나라가 끝없는 파국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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