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의 천재 시인 서덕출의 일생을 다룬 연극 ‘신월과 함께’가 지난 4일 중구 성남동에 위치한 토마토 소극장에서 열렸다.
연극은 서덕출 시인이 보름 동안 밖으로 나오지 않아 주변 사람들이 걱정하는 장면으로 시작했다. 서덕출 시인은 일본 사람들이 걷지 못하는 자신의 상태를 놀린 것에 상처를 받고 세상과 담을 쌓았다. 그런 서덕출 시인의 인생은 머슴인 돌각이 서덕출 시인이 땅에 떨어뜨린 ‘봄편지’ 시를 줍고 그걸 서덕출의 아버지에게 전달하면서 꽃피우기 시작했다. 서덕출 시인의 아버지가 보낸 ‘봄편지’가 아동잡지 ‘어린이’에 실리고 서덕출 시인은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됐다.
10명 중 8명이 글을 모를 정도로 문맹률이 높았던 시대에 쉽고 아름다운 한글로 된 서덕출의 시는 큰 인기를 끌었다. 서덕출 시인이 자신감을 찾아가는 모습에서 시민들도 희망을 느꼈다.
그러나 서덕출 시인의 아버지가 민우회 사건으로 끌려가고 기자이자 소설가였던 장덕조가 장문의 편지를 통해 구혼한 이후 서덕출 시인은 불편한 몸을 가진 자신의 상태를 비관하며 아무도 모르게 도망친다.
천재 시인이라고 불릴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가진 서덕출 시인이었지만 힘든 현실 속에 무너져내리는 모습에 시민들도 함께 가슴 아파했다. 아름다운 시로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서덕출 시인이지만 정작 자신은 남들처럼 평범하게 사는게 꿈이라고 말하는 모습은 많은 여운을 남겼다. 연극은 서덕출 시인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의 심리까지 잘 다뤄 서덕출의 시가 탄생하기까지는 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극이 전환될 때마다 서덕출 시인의 시로 된 노래가 가사와 함께 흘러나와 서덕출 시인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극은 평범하게 사는 게 꿈이라던 서덕출 시인이 꿈처럼 두 다리로 걸으며 부모님과 포옹하는 장면으로 막을 내렸다. 서덕출 시인은 평생을 불편한 몸으로 살다 34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꿈에서나마 두 다리로 걷는 서덕출 시인의 모습은 뭉클함을 자아냈다. 김명희(58·중구)씨는 “울산 시민이라도 서덕출 시인에 대해서는 잘 몰랐는데 이번 연극을 통해 서덕출이라는 인물에 대해 잘 알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여진 콘텐츠랩기억 협동조합 기획팀장은 “평생을 불편한 몸으로 살았던 서덕출 시인과 주변 사람들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의 어려움도 담겨 있어 좋았다”며 “서덕출 시인이 자신의 상태를 비관하며 집을 나가고 엄마가 아들이 무사하길 기도하는 장면에서 엄마와 아들의 마음이 모두 이해돼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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