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의 아니게 필자가 일하는 울산병원이 최근 일부 언론에서 관심을 받았다. 울산에 유일한 고압산소치료센터를 이번달 26일부터 가동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울산시에서 고압산소치료기 지원 사업을 실시했는데 울산병원이 자원해 선정되었고, 이후 해당 국비만으로는 기대되는 실효성을 갖기에 부족하다고 판단돼 병원 자체적으로 그 이상의 예산을 더 투입해 다인용(8인용) 고압산소치료기를 구매, 센터화시키게 되었다. 고압산소치료기는 종류가 다양한데, 이번에 울산병원에 도입되는 치료기는 산소분압을 6기압까지 올려 잠수병 및 공기 색전증 치료까지 가능하다. 현재 울산에는 없는 기기와 분야다.
고압산소치료의 원리는 대략 이렇다. 현재 글을 읽고 계신 대부분의 독자분들이 있는 지표면 위는 1 대기압 상태이고, 산소분압도 그 대기압에 맞는 1기압에 해당하며 우리는 그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 만약 우리가 몸에 상처가 나거나 해로운 가스 등을 흡입하면 상처 치유 및 가스중독에서 탈출하는 동안 산소가 필요한데, 이 역시 1기압에 해당하는 양의 산소가 혈액 속 운반물질인 적혈구(헤모글로빈)와 결합해 운반되어 재생 및 치료에 사용하게 된다. 고압산소치료기는 환자가 특수챔버 내에 들어가고 고성능 기기가 그곳에 산소량을 몇배로 높여 공급한다. 이렇게 산소 분압을 높이면 혈액속 적혈구에 전부 결합하는걸 넘어 미처 다 수용이 안된 산소는 혈액 부피 중 큰 비율을 차지하는 혈장에 더 많이 녹아 전신으로 퍼진다. 혈장으로 운반되는 산소분자는 작기에 손상된 작은 모세혈관과 주변세포에 도달하기 더 용이하기도 하다.
고압산소치료는 이렇게 환자의 몸에 난 상처, 흡입한 유해가스 중독 등을 평소 1기압 환경에선 할 수 없는 속도와 효율로 치료하는 분야다. 적응증은 다양하다. 가스중독 및 당뇨발, 화상, 돌발성 난청, 망막동맥폐색증 등에 사용가능하며 심해 잠수로 인해 걸리는 잠수병 같은 경우도 고성능 치료기에선 효과를 볼 수 있다.
울산은 공장 등에서 가스중독으로 인한 사고가 왕왕 발생하는 등 산업재해 위험이 항상 있으며, 바닷가가 있는 항구도시라 잠수와 관련된 질환인 잠수병 위험도 항시 있는만큼 이 분야에 대한 요구도가 계속 있어 왔다. 필요한 장비와 있어야 하는 센터지만 현재 없고 환자가 생기면 타지역으로 이송되고 있다. 울산의 속사정은 이렇다.
고압산소치료장비의 활용도가 처음으로 부각됐던 분야는 일산화탄소 중독인데, 연탄을 주 난방재료로 사용하던 과거에는 그만큼 가스 중독이 잦았고 그 수요에 고압산소치료기도 전국에 수백개가 넘게 있었으나 현재 연탄가스 중독은 확연히 줄어들었다. 필요하지만 유지가 힘든 애매한 상황이다. 울산은 울산대학교 병원에서 고압산소치료기를 2011년까지 운영하다가 철수했고 이후 일부 의원에서 치료기를 준비했다가 적절한 환자군에 쓰이지 못한채 장비 가격을 감당 못해 역시 철수했다. 즉, 수익성 및 지속가능성에 문제가 있었다. 현재는 몇몇 의원에서 기압이 높지 않은 1인용 일반 치료기를 미용목적 등으로 쓰고 있는게 현황이다.
사실 이 분야의 필요성에 대해 지난 칼럼에서 이야기한 바가 있지만, 그땐 공공병원과 함께 언급하며 만약 설립이 된다면 이러한 역할을 맡아주길 바란다는 연장선에서 이야기를 했을뿐 필자가 일하는 울산병원이 이 분야를 직접 하게 되리라곤 생각 못 했다. 울산시에서 필요성을 느껴 사업을 진행시켜준게 시민의 한 사람으로 감사한 일이지만, 아직까지도 민간병원인 울산병원이 시의 지원 이상으로 예산을 많이 투입해 이렇게 센터화시키는게 맞는지 의문이 들고 솔직히 생각이 왔다갔다 한다.
그래도 도입을 결정할 때의 일화를 하나 소개하며 줄이고자 한다. 센터화시켜야 하는지 고민하며 전국의 다른 센터들을 병원팀이 견학하게 되었을 때, 그곳에서 울산병원에서 정기적으로 치료를 받고 다니시는 환자분을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울산에 거주하며 병원에 다니고 있지만 일부 치료를 위해 타지역까지 오가시고 계셨던 것이다. 부디 이번 결정이 울산지역 의료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병원 입장에서 지속가능성까지 가질 수 있게 되길 바랄 뿐이다.
임성현 울산병원 이사장